‘태정태세문단세예성연중인명선….’ 이렇게 써놓고 보니 무슨 주문같이 보인다. 그렇지만 이 괴이한 글자의 나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중년이 넘은 한국인이면 대부분이 바로 안다. 조선조 역대 왕들의 시호를 나열한 것이다.
시험에서 정답은 둘이 있을 수 없다. 하나다. 오직 명문대 진학이 교육의 모든 것인 상황에서는 특히 더 그랬다. 국사시험도 마찬가지였다.
논리를 따질 필요가 없다. 다른 해석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니 그 정답은 달달 외어야 했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그 답을. 국사는 자연히 암기과목이 됐다.
‘태정태세문단세…’ 무슨 주문처럼 들리는 이 암기식 교육방법도 그 시절 이야기다. 국사교과서가 국정(國定)이었던 40여 년 전 말이다.
새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중·고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國定化) 문제가 날로 첨예화, 남남갈등의 상황으로 번져가고 있다. ‘오죽하면…’ 이 와중에 한 국내 보수논객이 내뱉은 일성이다.
6.25는 북침에 의한 전쟁으로 알고 있다. 근현대사 인물 가운데 ‘가장 나쁜 사람’을 들게 했더니 이승만을 김일성·김정일·이완용보다 더 나쁜 1위로 꼽았다. 요즘 학생들이 보이고 있는 시각이다.
가관이란 말은 무책임하게 들린다. 섬뜩하기 까지 하다. 일부 검정(檢定) 국사교과서에 실린 내용을 말하는 거다.
좌편향성이 지나치다. 게다가 오류투성이다. 유관순 열사를 누락시켰다. 천안함·연평도 사건 도발 주체를 북한으로 명시하지 않고, 김일성의 보천보 항일 전투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그 뿐이 아니다. 일부 교과서들은 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 됐을 나라인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성장 과정에서 드러난 부정적인 문제들은 확대해석하면서 북한의 3대 세습 독재나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의 생활상에는 눈을 감고 있다.
그런 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이 역사를 배운다. 그러기가 벌써 몇 년 째인가. 그러니 ‘오죽했으면 정부가…’ 하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좌편향의 국사교과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올바른 역사 교육’이란 본질은 온데간데없고 정쟁과 이념 대립만 요란하다는 데 있다. 그리고 정부당국의 졸속대처에 있다.
국정, 검정을 따지기에 앞서 중요한 일은 정확한 사실(史實)에 기초해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할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수에서 진보에 이르는 모든 학자를 동원해 함께 논의하고 또 필진도 구성해야한다.
그 작업만 해도 보통일이 아니다. 그런데 교육부는 그런 과정도 생략한 채 국정화를 통해 1년여 만에 교과서를 집필하고 배포도 끝내겠다는 것이다. 그게 과연….
문득 한 가지 의구심이 고개를 든다. 교과서 국정화안에는 뭔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남남갈등이 고조된다. 더욱이 선거철을 앞두고. 그 경우 최대의 정치적 수혜자는 누구일까.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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