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주다. 면적으로는 알래스카 다음이고 인구로는 가주 다음이다. 가주와 뉴욕, 일리노이 등 큰 주들이 민주당의 아성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텍사스는 공화당의 본산이다. 현재 공화당에서 최고 명문인 부시 가문의 아버지 부시와 아들 부시가 모두 그곳에서 잔뼈가 굵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텍사스는 서부 개척 시대에는 목축업, 20세기 초반에는 석유 산업으로 이름을 날렸으나 이제는 컴퓨터 등 하이텍과 항공 산업, 생의학 등 다양한 산업을 가지고 있다. 주당 GDP는 미국에서 가주 다음으로 높고 포춘 500대 기업 본사 수는 가주와 같다. 비즈니스 환경은 미국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과 가장 낮은 실업률을 자랑해왔다.

릭 페리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장장 15년 동안 텍사스 사상 최장 기간 주지사를 하며 텍사스 경제 발전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2012년 낮은 경제 성장에 불만을 품고 있던 미국 유권자들은 경제를 살릴 인물을 원했고 그 해 대통령 감으로 페리만한 인물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2011년 8월 페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그의 지지도는 29%로 공화당내 단연 1위였다.

그러나 그 후 열린 토론회에서 그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그해 11월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되면 3개 부서를 폐지하겠다고 해놓고 세 번째 부서가 뭔지 오래 시간을 끌고도 끝내 대답하지 못했다. 이와 함께 그의 대선 캠페인도 사실상 끝났다.

2016년 대선에 다시 도전한 페리는 그 때보다는 많이 준비된 모습을 보였지만 사람들의 뇌리에 박힌 2011년 토론회의 준비 안 된 후보라는 인상을 털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는 지난 11일 주요 공화당 후보로는 처음 다시 대선 출마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불과 열흘밖에 지나지 않은 20일 역시 한 때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히던 스캇 워커 위스컨신 주지사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워커는 공무원 노조와의 세 번 싸움에서 모두 이기며 공무원 노조를 무력화시킨 인물이다. 이로 인해 그는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공화당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그 역시 대선 출마 후 보여준 언행은 대통령 감으로는 아직 멀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시리아와 이라크 일대를 점령하고 있는 IS와 어떻게 싸울 것이냐는 질문에는 공무원 노조와 싸운 경험이 있기 때문 문제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하는가 하면 밀입국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캐나다와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의 사퇴로 한 때 17명이었던 공화당 대선 후보 수는 15명으로 줄어들었다. 후보 수가 줄면 줄수록 트럼프에 불리할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여기저기 분산돼 있던 반 트럼프 표가 한 군데로 몰리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트럼프에 대한 지지도는 24%로 이달 초보다 8% 포인트 떨어졌다. 다음 사퇴 후보는 누가 될지, 트럼프 지지도는 얼마나 빨리 떨어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