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센스 코미디라고 해야 하나, 블랙 코미디라고 해야 하나.
“살려 주세요”라는 젊은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깊은 산속에서. 마침 신고가 있어 경찰이 출동했다. 무려 70여명이 폭우 속에 산 속을 샅샅이 뒤졌다.
그 대규모 수색작전은 이렇게 결말이 났다. 취업을 못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한 20대 여성이 친구들과 산에 놀러갔다가 산 정상에서 소리를 질렀다. “하느님 취업 좀 되게 해주세요. 제발 살려 주세요”라고 절규하듯.
근처에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해 벌인 일이었는데 그만 이렇게 됐다는 것이 이 사건의 전말. 한가위를 며칠 앞둔 시점의 한국 신문 보도다.
본래의 의미는 그게 아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뭔가 상상의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때로 멋스러운 단어로 곧잘 사용된다. 고독(孤獨)이란 단어가 그런 단어의 하나다.
孤는 돌보아주는 부모가 없는 어린 아이를 뜻한다. 獨은 자식 없이 홀로 사는 노인을 의미한다. 이 두 글자가 합쳐진 고독은 그러니까 외롭고 쓸쓸하다 못해 청승맞기까지 한 상태, 혹은 아웃캐스터 중 아웃캐스터를 의미한다.
이 고(孤)와 독(獨)이 넘쳐나는 사회가 요즘의 한국 사회가 아닐까. 노인 자살률이 높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이 계속 늘고 있다. 게다가 10대, 20대의 자살률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뼈를 깎는 외로움이 밀려온다. 그게 노년의 심경이다. 게다가 빈곤이, 병마가 엄습한다. 그런데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그래서 결국….
노년층 자살 문제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젊은 세대의 자살률이 높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 젊은 세대의 최대 사망원인은 암도, 자동차 사고도 아닌 바로 자살로 특히 20~30대 젊은 남성의 자살률이 최근 들어 부쩍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발표된 것이다.
성적이 안 올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전교 1등의 학생도 자살을 한다. 학원 내 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극단의 방법을 택한다.
그 힘든 10대 시절을 지내고 20대가 된다. 어려운 대학입시도 그럭저럭 넘기고 대학도 졸업했다. 그런데 맞게 되는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취직이 안 된다. 그 결과 늘어나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인구의 급증이다.
비정규직의 박봉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등록금 대출 상환까지 감안하면 삶은 삶이 아닌 것이다. 그 암울한 현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 20대에 사망하는 대한민국 국민 2명 중 1명은 자살이라는 통계가 아닐까.
그들의 아픔을 아무도 돌보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그들은 현대판 고(孤)다. 이처럼 고(孤)와 독(獨)이 넘쳐난다. 그런데 그대로 방치된다. 그 사회는 아무리 보아도 병든 사회다.
“제발 살려 주세요!”- 비 오는 날 산꼭대기에서 하늘을 향한 한 20대 여성의 외침. 그 절규를 하느님은 과연 들으시기는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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