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어떤 나라를 부유하게 만드는지 가장 먼저 깊게 생각한 사람은 영국의 아담 스미스다. 그는 ‘국부론’에서 한 나라가 얼마나 부유한 가를 결정하는 것은 그 나라가 생산한 물자의 양과 질에 달려 있으며 이는 결국 그 나라 국민 노동력의 양과 질이 좌우한다고 봤다.
노동의 양이라는 것은 그 나라 국민 중 일하는 사람과 일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고 노동의 질이라는 것은 노동의 숙련도와 전문성이다. 그는 이 둘 중 노동의 질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옛날 인간이 사냥을 해 먹고 살던 시절에는 집단 구성원 대부분이 노동에 참여했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았지만 그가 살던 18세기 유럽 선진국은 상당수가 일하지 않는데도 생활수준은 수렵 채취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에 따르면 그것은 분업이다. 그는 핀 공장의 예를 들면서 한 사람이 혼자서 핀을 만들면 아무리 노력해도 하루 한 개를 만들기 어렵지만 18개 공정으로 나눠 열 사람이 일하면 1인당 4,800개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생산 과정이 분업화될수록 노동은 단순화되고 전문성은 증대되며 생산은 늘어난다. 다시 말해 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분업의 심도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그것을 시장의 크기라 봤다. 물건을 생산하는 사람도, 소비하는 사람도 하나일 경우 분업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가 만들어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많아야 각자가 자기 적성과 소질에 맞는 일에 종사해 대량생산 후 나눠먹는 분업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를 교환할 수 있는 시장이 커야 심도 높은 분업이 이뤄진다. 10명의 핀 노동자가 하루 4만8,000개의 핀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더라도 이를 소비할 수 있는 시장이 없으면 핀 공장은 머지않아 문을 닫고 노동자들은 실업자로 전락하고 만다.
19세기 영국이 산업 혁명의 선두주자로 전 세계 부를 쓸어 모은 것은 기술 혁신을 통한 증기기관 발명 등 신기술에 힘입은 바 크지만 온 세계를 시장으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무리 생산성이 좋아도 만든 물건을 내다 팔 시장이 없으면 헛일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난 200년간 부의 폭발적 증가는 세계 시장의 확장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 세계 각국은 모든 나라와 거래를 하고 있지만 아직 시장이 완전히 통합된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수입 상품에 각종 관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 장벽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세계 경제 성장이란 관점에서 보면 마이너스다. 시장의 크기를 줄여 노동의 심화를 저해하고 생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 피해는 비싸게 자국 물건을 사야 하는 소비자와 경쟁력 있는 산업 종사자들에 돌아간다.
지난 주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일본 등 환태평양 12개국은 이들 국가 간 무역 관세를 대폭 낮추거나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하는 환태평양 동반자 협정(TPP)을 타결했다. 이 협정은 각국 의회의 비준을 남겨두고 있지만 시행될 경우 세계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 탄생하게 된다. 이들 각국의 생산성과 경제 성장률 또한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
이와 함께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환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이 협정을 주도하면서 일단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20년 간 장기 저성장에 시달리고 있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일본의 아베도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당분간 중국 견제라는 공동 목표를 갖고 있는 미일의 밀월 관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협정이 시행되면 가전과 자동차 등 분야에서 일본과 경쟁 관계가 있는 한국 기업의 타격이 예상된다. 일찍 한미 FTA를 체결해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도 자유 무역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하루속히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를 버리고 세계사의 흐름과 국부 창출의 근본 동력이 무엇인지 바로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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