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선희 ‘정원에서’
어느 누가 꽃나무에게
신에 대해서 신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꽃나무는 몸속의 풋풋한 산도(産道)를 열었다
그리고 말없이 허공의 가지마다 가지마다
눈부신 꽃을 피워보이었다고
지나간 책에 씌여져 있었던 것 같은
그런 구절을 문득 생각해 낸 날
우둔한 내 어렴풋이 느낄 것 같았으리
여간해서 보이지 않는 모습
지금 도처에 꽃으로 피어
대답 없이 대답하시는 그의 모습
도무지 알 길 없는 그의 내력
녹색 빛깔의 몸을 가진 풍뎅이 한 마리 윙윙거리다
기어이 꽃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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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 종교 때문에 살생을 한다. 종교가 없으면 전쟁도 없을 거라 한다. 신은 사랑이고, 자비이고, 용서란 것을 그들은 잊었다. 인간인 누가 인간인 그 누구를 신인 양 정죄하는가. 스스로 높다고 생각하는 자 모두가 낮으리니, 보라 말없이 꽃피우는 나무를, 그 눈부신 꽃향에 빠져 돌아올 길을 잃은 작은 벌레의 불안과 환희를. 한 송이 꽃에서 신을 보고 한 마리 풍뎅이에게서 회한을 볼 수 있다면, 살생의 무기를 들고 국경을 넘는 일은 없어도 되리라.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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