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제와 면담·고해성사 통해 참여 가능
▶ 하느님의 자비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이규용 신부(앞줄 가운데)와 성크리스토퍼 성당 신자들이 미사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 웨스트코비나 성크리스토퍼 성당 이규용 신부
가톨릭 교회에서 영성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신부가 미사에 참석한 신자에게 나눠 주는 성체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육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체성사는 미사의 전체 과정 가운데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리고 미사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서 신자와 비신자를 가름하는 시간이 된다.
가톨릭은 이혼을 금지하고 있다. 당연히 재혼도 인정하지 않는다. 이혼하고 재혼한 사람은 가톨릭 신자였어도 미사에서 성체성사에 참여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적으로 이혼과 재혼율이 급속히 높아지는 세태에서 가톨릭 성당을 찾는 발길을 주춤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웨스트코비나에 위치한 성크리스토퍼 성당의 한인 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이규용(유스티노) 신부는 교회법을 전공했다. 수원 가톨릭 신학대학을 졸업한 뒤 이탈리아 로마로 건너 가 우루바노 교황청립대학교에서 가톨릭 교회법을 공부했다.
교회법에는 신앙생활에 필요한 일반적인 법조항 밖에도 교계 제도, 성사법, 수도회법, 혼인법, 소송법 그리고 파문 등의 처벌을 다루는 형법 등이 망라돼 있다. 그야말로 가톨릭 제도 전반을 다루는 핵심사항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혼하거나 재혼한 사람은 성체성사를 받을 수 없다고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법은 이 분들에게도 성사가 가능한 방안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이혼자나 재혼자도 사제와 일대일 면담을 한 뒤 고해성사를 통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면 얼마든지 성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이런 사실을 몰라서 미사에 참여하지 못하기도 하고, 또 교회 안에서 쉽게 정죄하는 잘못을 저지르기도 한다고 이 신부는 안타까워했다. 또 한인 신자들도 교회법이 허용하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미사의 참 뜻을 헤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교회 안에 ‘스캔들’이 없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못하는 것만 알고 정작 가능한 것은 몰라요. 그러면서 손가락질부터 합니다. 비판하고 정죄하지 말아야 합니다. 누구는 이혼을 하고도 영성체를 받는다거나 하며 수군거리지 말아야죠. 하느님의 자비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교회는 하느님을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라도 몸담을 수 있는 공동체가 돼야 합니다.”아무 관계도 없는 주변사람들이 스캔들을 만들지 말고 “관심을 끊어라”고 이 신부는 강조했다. 교회법이 금지한 이혼도 어디까지나 ‘사제와 본인’ 간에 해결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혼 및 재혼 가정이 급증하는 요즘 자칫 교회 안에서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경계하는 말이다.
“교황님은 이혼자나 동성애자, 성전환자도 신자로 포용하자는 입장이십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법과 교회법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십니다. 잘못된 것이지만 죄를 인정하고 회개하면 교회가 포용하자는 것이죠.”한국의 미리내 천주성삼성직수도회 소속으로 지난 4월 부임한 이 신부는 “머나 먼 이국땅에서 한인교회와 성당의 간판을 볼 때마다 ‘뭉쳐서 잘 살고 있구나’ 싶어 보기가 좋다”면서 “주님을 찬양하고 감사해 하면서 2, 3세에게 한국말과 문화를 전수하는데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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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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