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들은 순식간에 타오르네
친구가 현관에 남긴 쪽지,
투명한 빨간 종이,
나방의 날개처럼 열기를 뿜던,
즐거운 공기
어느 해든 그래
대개 태워버릴 수 있는 것들이지
야채의 목록, 끝내지 못한 시들,
오렌지빛으로 불타오르는 나날들,
돌은 거의 없네.
무엇인가 있던 곳에 그것은 사라지고,
부재가 소리치고 축하의 파티를 하네
텅 빈 공간을 남기며.
나는 아주 작은 숫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겠어
상실과 이별을 섞은 짧은 춤
내가 아직 하지 않은 것들만이
꺼진 불 속에 탁탁
불씨를 틔우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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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이 시간을 불태우는 일이라면 우리는 지금 한해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것이다. 사랑의 메시지도, 행복했던 기억도, 상실도, 이별도 불의 짧은 춤을 추며 사라져가고 있다. 그런데 다 태우고 난 텅 빈 공간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 있다. 그것은 새 것으로 채워지길 기다리는 시간의 불씨이다. 잿더미 속에서 틱틱 깨어나는, 낮고 겸허한 희망이다. 저무는 2015년의 불꽃저 깊은 곳에서 모두 모두 맑고 깨끗한 새 불씨를 만나기를.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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