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태<시인>
하늘에는 보이지 않는 많은 길들이 있어
공항을 떠날 때
어느 길이 내 길인지 아득한 마음으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찾아간 하늘 끝, 꿈이 먼 하늘아래
세관원에게조차 보여주기 부끄러운
남루한 봇짐을 일가의 재산이라고 앞에다 세워 밀며
잠에 시달리는 실눈이 감시 카메라가 되던
그 날
나뿐이 아니었다
조용히 눈을 감지 못하고 밤차를 타고 떠나던 사람들은
흩어져 흩날리는 영하의 사나운 눈발 같더니
와서 보니 한곳에 소복이 떨어져 모여
저녁밥을 지으며 쌓였다
두려움을 발등에 얹어
낯선 동네 안으로 들어가던 발걸음
무엇이던 끌어안아 무거운 가슴 위로하자고
일부러 불지르던 가슴속 잉걸불
산하나 넘어서야 아슬아슬 다독이는 내 하루
지도 위에 길 하나로 덧보태어 꼿꼿이 세우고
갈대 숲 지나서야 흔들리던 길
지도 위에 하나로 그려서 출렁출렁 흐르게 한다
높은 산 거친 고개 가다가다 바라보는 잡초들
어디서 익은 낯인데
손끝에 닿는 그 얼굴이
예전만 못하게 거친 얼굴이니
잘 못 디뎌 눈물나던 구비라도
진하고 진한 눈물 자국으로
지도에다 그려 넣는다
아침마다 새 색깔 내보이며
한 토막씩 이어가는 채송화 목숨이듯
낯선 고개 하나 넘고서 한숨으로 연을 맺는 오늘의 시간
참나무 가지 끝에 꽃봉우리 매다는 연약한 합장으로
그대에게 부탁하노니
그대여
길을 내고 흐르는 큰 강도 뿌리는 없거늘
온 정을 끌어안고 가는 대륙의 아스팔트길들이
명확하고 따사로운 대동여지도가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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