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수백만의 종이조각으로 무너져 내린다
바람이 얼굴로 몰아치고
나는 단골 이발소로 뛰어든다
비발디를 들으며 창밖을 비추는
거울을 바라본다. 브로드웨이
104번가, 바람에 날리는 종이조각들
행인들의 얼굴에 나부낀다
거기, 몸이 마른 노인이 등장한다.
스카프를 꽁꽁 동여맨,
이른 다섯은 되었을 듯, 천천히 걷는다.
그의 마음속에 청년이 있다,
아마도 열일곱 살쯤, 6월의 어느 저물 무렵
바로 그 청년이다, 그의 걸음걸이가
그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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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리만은 하루에 하나씩 시를 써서 시집을 냈다. 제목은 날짜이다. 그 중의 하나인 이 시는 뉴욕 브로드웨이의 겨울풍경 속에서 한 노인을 클로즈업하고 있다. 휘몰아치는 눈 속을 천천히 걷는 노인의 모습에서 꿈과 야망으로 불타오르던 청년을, 그리고
훈훈하게 익어가던 6월의 밤을 읽는 것이다. 어쩌면 시인 자신의 미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모든 노인의 몸속에는 달리는 소년이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겨울의 몸속에서 봄이 꿈틀거리는 어느새 2월이다.
임혜신<시인>
데이비드 리만(1948- ‘) 1월 31일’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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