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이스 리 ‘천국과 지구사이’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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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를 타고 가는 저승길은 집착이 없는 길이다. 모든 열망과 욕망이 모래알로 부서지고 난 뒤, 황량함만이 숨 쉬는 사막의 저 편으로 사라져가는 낙타와 사람. 호랑이나 사자를 타고 간다면 가벼운 저승길이 아니리라. 아직도 시비를 논해야 한다면 그 또한 허허로운 저승길이 아니리라. 억겁의 세월 뒤에 낙타는 사람이 되어 돌아오고 사람은 낙타가 되어 돌아온다면, 그래서 저 모래사막을 다시 사람이었던 자가 낙타였던 자를 업고 지나간다면, 그 인연 무상하고 깊어 사막의 바람처럼 아름답겠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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