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매일이 크리스마스입니다. 하느님이 당신을 내게 주셨으니까요.”
사랑에 눈먼 연애시절도 아니고, 꿈결 같은 신혼도 아니다. 부부는 수십 년을 같이 살아왔다. 그 긴 세월이 흐른 후에도 남편은 여전히 아내가 ‘신이 주신 선물’이라며 감격해 한다.
아내도 말한다. “ 내인생은 그를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진짜로 시작되었다”고 회고한다.
말 그대로 천생연분의 53년 결혼생활이었다.
평생 손을 꼭 잡고 다니고, 어디든 같이 다니고, 한 집에 살면서도 사랑의 편지를 쓰곤 하던 특별한 부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낸시 여사의 이야기이다.
낸시 여사가 지난 6일 94세로 세상을 떠났다. 남편을 알츠하이머로 떠나보낸 후 근 12년 만이다. 80년대 퍼스트레이디로 백악관 생활을 하면서 그는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화려한 것 좋아하고 돈을 물 쓰듯하는데다 점성술사까지 동원해 남편 하는 일(국정)에 사사건건 개입한다고 말이 많았다. 퍼스트레이디로서 사랑도 많이 받았지만 미움도많이 받았다.
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1994년이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그 자신 알츠하이머에 걸렸다고 공표한 후 남편에 대한 그의 헌신이 돋보이기시작했다.
백악관을 떠난 후 낸시 여사의 삶은 호화 여행과 파티의 연속이될 것으로 예상되었었다. 하지만 정반대였다. 남편 곁을 한시도 떠나지않고 보살폈다. 레이건의 투병 10년동안 낸시 여사는 거의 집밖을 나가는 일이 없었다. 잠깐 외출했다가도 수시로 집으로 전화를 걸어 남편의 상태를 체크했다.
나중에는 남편이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했지만 그의 지극 정성은 멈출 줄을 몰랐다. 그런 모습은 과거 그의 비판자들마저 진심으로 그를 존경하게 만들었다. 백악관을 거쳐 간 대통령 부부들 가운데 부부간의 사랑이 이렇게 깊은 케이스는 없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백악관 러브스토리였다.
레이건의 병세가 깊었던 2000년 낸시 여사는 책을 한권 냈었다. 수십년간 남편으로부터 받은 편지들을 묶은 책이었다.
그 책을 보면 레이건은 대통령 집무실에서도, 공군기 1호 안에서도, 한지붕 아래에서도 아내에게 편지를 썼다. 1981년 백악관에서 맞은첫 결혼기념일에는 이런 편지를썼다.
“ 친애하는 퍼스트레이디에게, 가없는 봉사로 한 남자(나)를 29년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만든데 대해 미국 대통령으로서 당신을 표창하는 것은 나의 영광이자 특권입니다. 1951년부터 낸시 데이비스는 스스로 얼마나 외로운지도 모르는 한 외로운 남자의 처지를 보고 그를 공허한 삶에서 구출하기로 결심했습니다.
… 집무실에 앉아있으면 그녀의창문이 보이고, 거기 그녀가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그 남자는 한없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 로널드 레이건 - 미국 대통령”
만나고 헤어지는 걸 너무 가볍게여기는 세상에 이들 부부는 아주 특별한 삶을 보여주고 떠났다. 평생을 이어간 지고지순한 사랑만으로도 가치 있었던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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