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에 한 아이가 달려와
분홍색 고무공을 차서 날려달라며
공을 건네주고는 멀리 멀리 달아나버렸다.
운동장 저 멀리까지 돌아보지도 않고.
그렇게 멀리까지 공을 날릴 자신이 없었지만
공을 찼다, 정확하게 차올린 운 좋은 발차기,
8층 높이까지 멋지게 항해하는 공,
아이에게서 몇 피트 떨어진 곳에 떨어지는가 했더니
단단한 운동장 흙바닥을 치고 튀어오른다.
기분이 좋아 교사로 들어서려는
순간, (녀석들이 그렇게 빠른 줄 몰랐다)
뒤에서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완전한
반전인 것이다. 아이들은 분홍 노랑 작고 큰 공,
흰색과 검은 줄무늬의 축구공을 들고 서서
모두들 공을 차달라는 것이다.
이제 그건 예식이 되어버렸다-우리는
이렇게 쉬는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은 줄을 서서 공을 주고 달아난다.
공은 행성처럼 날아오르고
3학년 이이들, 공이 떨어지는 하늘 아래서
어지럽게 돈다, 두 팔을 벌린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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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놀이 하듯 시를 가르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시를 배우는 대신 공놀이를 하기로 한 것일까? 아니면 공놀이 속에서 시를 발견한 걸까? 그것은 알 수 없지만 중요하지 않겠다.
이 시가 말해주는것은 시는 신나는 공놀이 같은 것이고, 신나는 공놀이는 곧 시라는 것이니까 말이다. 시가 공이 되고 공이 시가 되는 신기한 국어 시간 혹은 쉬는 시간. 선생님은 공을 차고 아이들은 공을 받으려 와아 와아 환호성하는 저 광경, 시를 잊도록 즐거
운 시적 순간들이다.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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