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려고 시를 쓴 건 아니다
물살같이 가슴에 아려오는 것 있어 시를 썼다
출세하려고 시를 쓴 건 아니다
슬픔이 가슴을 앨 때 그 슬픔 달래려고
시를 썼다
내 이제 시를 쓴 지 삼십 년
돌아보면 돌밭과 자갈밭에 뿌린 눈물 흔적
지워지지 않고 있지만
나는 눈물을 이슬처럼 맑게 헹구고
아픈 발을 보료처럼 쓰다듬으며 걸어왔다
발등에 찬 눈 흩날려도
잃어버린 것의 이름 불러 등을 토닥이며 걸어왔다
읽은 책이 모두 별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지식이란 부스럼 투성이의 노인에 다가가는 것
얇은 오히려 저문 들판처럼 나를 어둠으로 몰고 갔으니
그러나 노래처럼 나를 불러주는 것
이기는 일보다 지는 일이 더 아름다움을
깨우쳐준 것은 시뿐이다
나무처럼 내 물음에 손 흔들어주는 것은
시뿐이다.
고요의 힘인, 삶의 탕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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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발을 쓰다듬어 주고 눈물을 맑게 헹구어 주는 시, 이기는 일 보다 지는 일이 더
아름다운 것임을 가르쳐주는 시, 나무처럼 고요히 우리들의 물음에 손 흔들어 주는
그런 시를 쓰는 이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거친 세상이 삶을 쥐고 흔들 때, 노래처럼 들려오는 착한 시를 읽으며 위로 받을 줄
아는 사람도 아름다운 사람이다.
시는 약자의 예술이고 낮아서 빛날 줄 아는 블루칼라의 예술이다.
그래서 시는 아름답다.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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