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 ‘정당방위’의 개념은 로마법에 근거하고 있다. 가족 구성원 누구나, 혹은 그 가족의 재산에 대한 공격은 가부장에 대한 공격으로 보고 가부장에게 이를 방어할 권한을 인정했다. 그러나 정당방위는 서양에서만 인정된 것은 아니다. 자기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본능은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갖고 있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모든 나라가 이를 허용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그러나 정당방위를 허용한다 하더라도 이 때사용하는 힘이 상대방의 공격에 상응하는 적정한 수준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주먹으로 가슴을 때렸는데 칼로 상대방의 가슴을 찌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가 적정한 수준인가를 놓고는 때와 장소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 있다. 미국에서는 강도가 폭행을 가하고 물건을 훔쳐 달아나려 하는 경우이를 쫓아가 잡는 것은 허용되지만 이에 총격을 가해 살해하는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반면 중국에서는 강도가 폭력을 행사해 물건을 강탈하고 도주하는 동안 강도를 살해해도 정당방위로 인정된다. 도주 중이라 해도 범죄는 진행 중인 상태고 범죄가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는 언제든지 다시 생명이 위협받을 수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주 시애틀 인근 스패너웨이에 있는 퍼시픽 퀵마트란 가게에서 정당방위에 한계를 두고 논란을 일으킬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김민식이란 가게 주인이 물건을 훔친 뒤 도주하려던 절도범에 총을 쏴 범인이 사망한 것이다. 출동한 경찰은 처음에는 범인이 자신과 몸싸움을 벌이다 총을 뺏으려 해 쏠 수밖에 없었다는 김씨의 설명을 듣고 돌아갔으나 며칠 뒤 CCTV를 분석한 결과 실제 상황이 김씨 말과 다르다며 다시 와 김씨를 체포했다. 당시 상황이 김씨가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위급하지 않았으며 범인이 단순히 도망치려 했는데도 총을 쏴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는 재판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김씨 가족의 사정은 딱하기만 하다. 김씨 가게 일대는 절도강도 사건이 빈발한 곳으로 인근 지역에서 최근 도끼를 휘두르던 강도가 손님 총에 맞아 죽은일이 있었으며 김씨는 가게를 인수한 지난 8개월 사이 세 번이나 강도를 당했다. 5주 전에는 부인 설 림씨가 총을 든 강도와 맞서 싸우다 복부에 총상을 입고 죽을 고비까지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도둑이 들자 김씨는 극도로 흥분했던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김씨 총에 맞은 범인은 과거 6살짜리 아이 유괴 미수와 주택 침입 절도 미수 전과가 있는인간이다. 그런 인간에게 총을 쐈다 김씨는 살인혐의로 기소되고 부인은 복부 총상이란 상처를 안고 평생을 살아가게 됐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열심히 살려 했던 젊은 한인 부부의 불행이 스몰비즈니스를 하는 많은 한인들에게 남의 일 같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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