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llie Schoenfeld
▶ 임혜신 옮김
내가 그레이하운드를 타는 이유는
존 스타인벡의 소설 속에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레이하운드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은 빨래방에 가는 일이다.
그곳에 가면,
만일 쓸 돈이 좀 있었다면
버스를 타고 있을 사람들이 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다.
오늘밤도 그곳에는
‘물비누만 쓸 것‘이라고 분명히 써있는 구멍에
가루비누를 넣어버린 멍청이가 누구냐고
무섭게 화를 내는 청소부가 있고
자판기 옆에서 서로를 애무하는 커플이 있다.
오렌지색 벽과 형광등빛이 그들의 에너지를
좀 누그러뜨릴 것 같지만, 아니다.
이것이 토요일의 밤 싱글들의 풍경이다.
나는 속옷을 가득 안고 서서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심각하게 말을 건다
트리플 로드 세탁기는 속임수로
돈만 50전 더 먹지 보통 세탁기보다
옷을 더 많이 넣을 수 없는 것 같다고,
그는 트리플 로드 세탁기에 빨래에 넣으면
빨래가 잘 된다고 한다.
왜냐고 묻지 않고 나는 자판기를 향해 간다
그리고 와일드 베리 음료를 고른다,
하고픈 말을 슬쩍 대신하듯이.
그리고는 내 옷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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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방이라는 서민적 장소에 토요일 밤의 열기가 타고 있다. 애무하는 연인들이 있고, 화가 난 청소부가 있고, 그리고 트리플 로드 세탁기와 보통 세탁기 사이의 차이를 무슨 큰 이슈라도 되는 양 심각하게 논하는 ‘나‘라는 화자가 있다.
50전을 더 넣어야 하는 트리플 로드 세탁기에 대해 의문을 하는 그녀는 코믹하게도 속옷을 한 아름 껴안고 있다. 정말 심각한 이야기는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가 심각하게 들린다.
그레이하운드, 빨래방, 화자가 좋아하는 존 스타인벡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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