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명 총영사가 LA를 떠난다.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어서라고 2년 만에 물러나는 셈이어서 3년을 넘겼던 전임자에 비하면 비교적 짧은 재임기간이다.
떠나는 사람에게 모진 소리를 하기보다 덕담을 해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라지만 몇몇 성과에도 불구하고 김 총영사가 남긴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짚어봤다. 신임 총영사에게는 반면교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모질지만 쓴 소리 몇 마디를 덧붙인다.
우선, 3년이 넘도록 분규가 이어지고 있는 한미동포재단 사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총영사는 LA 한인회관 건물을 관리하는 이 재단 이사회의 당연직 이사로 사태 해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장본인이기도 했지만 오락가락 행보에, 소극적이고 방관적인 자세로 인해 사태 악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LA 한인회관은 1975년 재단 전신인 ‘남가주 한인재단’이 30만달러에 구입할 당시 한국정부가 13만2,000달러를 지원한 건물이어서 총영사가 당연직 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김 총영사는 2014년 4월 부임할 당시부터 분규를 해결하겠다고 수차례 공언을 반복했지만 이사회에 직접 출석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담당영사를 대리 출석시키는 것이 관행이라지지만 정관 어디에도 대리인 출석 규정은 없다. 총영사가 당연직 이사로 이사회에 직접 참석해 이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사태해결에 나섰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오락가락 행보에다 소극적인 자세로 책임을 방기했다는 지적도 있다.
분규에 단초가 됐던 2014년 3월 이사장 선출 당시 윤성훈씨 손을 들어줬던 총영사관은 김 총영사 부임 후에는 입장을 바꿨고, 중재협상이 결렬되자 ‘중립’을 선언, 1년 넘게 수수방관한 점도 지적을 받는다.
최근에는 LA타임스가 재단 분규를 보도하자 그때서야 양측에 ‘재정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거부감만 키웠을 뿐 호응을 얻지 못했다. 분규 중이라 하더라도 김 총영사는 양측 이사회에서 재정만이라도 감시하는 역할을 다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사관 ID'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도 실망스럽다. 캘리포니아 주 의회가 2013년 ’불법체류 주민 특별운전면허증 발급법‘(AB 60)을 제정할 당시부터 사전 준비를 하지 못한 전임 총영사의 탓도 있지만 부임 후 8개월간 상황파악을 하지 못했던 김 총영사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LA 총영사관이 발급한 ’영사관 ID'로는 한인 불체자들이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난 지난해 1월 이후 1년 4개월이 지나도록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정치력 부재’때문이거나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는 뼈아픈 대목이다. 자국민에게 ’영사관 ID'를 발급하는 멕시코,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브라질, 한국 등 5개국 공관 중 주 정부로부터 신분증 인정을 받지 못한 곳은 LA총영사관이 유일하다. 예산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브라운 주지사를 만나서라도 해법을 내놓았어야 했다. LA에만 불법체류 신분 한인이 수만명에 달한다.
떠나는 김 총영사가 미처 풀지 못한 과제는 고스란히 신임 총영사의 몫이 됐다. 신임 총영사가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를 해결해내는 정치력과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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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정책사회팀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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