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무가베도 왔다. 아메드 세쿠 투레도 왕림했다. 훗날 불멸의 중국공산 혁명 8대 원로로 추앙받은 이선념도 자리를 빛냈다. 짐바브웨, 기니 등 아프리카의 독재자들을 비롯해 118개국에서 177명의 외빈이 몰려 든 것이다.
그렇게 성대히 치러진 것이 1980년 10월에 열린 북한 조선노동당 6차 당 대회다. 이 6차 당 대회를 통해 김일성은 정통 마르크스-레닌주의와 결별을 선언했다. 당의 최고 이념으로 대신 주체사상을 내걸었다. 그리고 김정일을 차기 지도자로 공식 선언했다.
그러니까 김일성왕조 탄생을 대내외에 선포한 것이 6차 당 대회다. 이후 당 대회는 열리지 않았다. 그 사이, 김일성도 죽고, 김정일도 죽었다. 그리고 등극한 것이 김정은이다.
그 김정은 통치 5년차를 맞아, 그러니까 36년 만에 북한은 7차 당 대회를 소집했다. 격세지감(隔世之感)도 이런 격세지감이 없다. 외빈은 일체 없다. 말 그대로 ‘나 홀로’행사가 오는 6일 예정된 7차 당 대회인 것이다.
왜 ‘나 홀로’마저 불사하고 있나. 왜 하필 이 타이밍에 당 대회를 소집한 것인가. 관련해 뭔가 한 가지 그 단초를 알려주는 것은 김정일의 요리사이자, 어릴 적 김정은의 친구로 지낸 후지모토 겐지의 발언이 아닐까.
“전쟁할 마음은 없다. 울컥하는 심정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김정은이 이렇게 말했다는 거다. 솔직한 심정토로인가. 아니다. 고도로 계산 된 발언이라는 것이 정보 분석가들의 진단이다.
미친 것 아닐까. 연초부터 쉼 없이 도발에 또 도발이다. 오죽 했으면 시진핑까지 한 마디 하고 나섰을까. 그 타이밍에 후지모토를 통해 전해진 김정은 발언은 다름이 아니라는 거다.
전쟁을 일으키려는 건 아니다. 미국을 공격하려는 의사는 추호도 없다. 그러니 7차 당 대회를 전후해 어떤 강경 수사를 구사하든 그것은 대내용일 수 있다는 점을 양지해 달라는 시그널로 보여 진다는 것이다.
김정은 치세 4년여 동안 한 것이라고는 사실 미사일 발사에, 핵 실험 밖에 없다. 또 다른 업적이 있다면 대대적인 숙청이다. 무엇을 말하나. 외부적으로 보기에는 그 권좌가 견고해 보인다. 실상은 그 반대라는 것이 상당 수 관측통들의 시각이다.
악순환의 연속이라고 할까. 내부저항이 만만치 않다.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심어주어야 한다. 불장난을 하는 거다. 그리고 무지막지한 숙청이다. 그래도 뭔가 미진하다. 또 다시 미사일을 쏴대고 피의 숙청을….
7차 당 대회 소집도 체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대적 이벤트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이른바 ‘70일 전투’를 통한 철저한 집안단속에, 김정은 시대 본격개막을 알리는 것이 그 목적인.
소기의 목적은 과연 이루어질까. 정치적 불안정감이 날로 높아가면서 극도의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 그게 북한 사회다.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36년 만에 열리는 ‘나 홀로’ 당 대회-. 그 모습이 어쩐지 김일성왕조 붕괴의 서막 극으로 자꾸 비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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