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바닷가에 사신다
아침이면 햇살이 가득 쏟아지는 덱에서
커피를 마시며
해변을 걷는 모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신다.
오후엔 골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신다
바다의 선장처럼 하얀 골프카트를 타고
페어웨이를 달리신다.
하루에 한 백 명쯤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실 거다.
내가 자라면서, 우리는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남남처럼, 한 번도 만나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만일 내가 해변의 관광객이거나
골프를 치다 숲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라면
그래서 내가 아버지를 처음으로 만났다면,
무슨 말을 나누었을까.
서로를 소개할 때
내손에 닿는 아버지의 손의 느낌은 어떠했을까
그저 어떤 사람처럼,
눈을 들여다보며, 나는 느낄 것이다
평생 알았던 그를.
---------------------
아들과 아버지가 대화를 하지 않고 지내는 경우를 종종 본다. 굳이 무슨 불화가 있어서가 아닐지라도,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무뚝뚝하니 평생을 살기도 한다. 하루에 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과 대화를 즐겁게 나누시는 아버지는 왜 아들과 이런 사이가 되었을까. 소통하지 않아도 아들은 아들이고 아버지는 아버지다. 그러기에 아버지를 우연히 마주치는 상상을 통해 아들이 전해주는 아버지를 향한 정은 쓸쓸하고도 깊을 뿐이다. 임혜신<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