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전설의 복서’로 알려진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 1942-2016)가 지난 3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타계하였다는 뉴스를 접했다. 20세기 최고의 권투 선수로 헤비급 세계 프로 챔피언의 자리에 무려 세번이나 올랐던 알리는 1942년 생으로 올해 74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는데, 무려 지난 32년간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으로 투병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많은 독자분들이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최종 성화 봉송 주자로서 파킨슨병의 증상 중의 하나인 심한 손 떨림 속에서도 꿋꿋하게 성화대에 불을 붙이는 그의 모습을 기억 할 것이다. 알리는 1981년 운동선수로 은퇴를 하였는데 이후 3년 후(42세)에 파킨슨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어림 잡아 그의 나이 40대 초반을 전후로 해서 파킨슨병이 발병한 셈이다. 무하마드 알리는 파킨슨병 진단 후 피닉스의 성요셉 병원(St. Joseph’s Hospital)에 무하마드 알리 파킨슨병 센터를 설립하며 파킨슨 환자를 돕는데 앞장을 서왔다.
신경내과 전문의의 입장에서 알리의 파킨슨병의 진행을 추정해보면 아마도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공식 석상에 나타났을 때까지도 그나마 큰 일상 생활의 기능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2014년 12월 그가 폐렴(pneumonia)에 걸린 때를 전후로 급격히 병세가 악화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의 자전적인 영화 ‘나는 알리다’가 발표된 해로 이때 시사회에도 불참할 정도로 상당히 병이 깊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파킨슨병은 치매(dementia) 다음으로 흔한 노인성 뇌질환으로 과거에는 증상이 서서히 악화되어 대개 5-10년정도 지나면 합병증으로 사망하게 되는 만성 진행성 질환으로 알려져 왔다. 고인의 경우 30여년의 투병 기간에도 진행 속도가 남다르게 늦추어진 것은 아마도 파킨슨병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이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신경내과 전문의의 정확한 상태 파악과 이에 따른 최적의 치료를 통하여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질환 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처음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나고 파킨슨병으로 진단을 받기까지 49%의 환자에 있어서 6개월 이상에서 길게는 5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나, 파킨슨병 환자 2명 중 1명이 초기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지 못하고 그냥 방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파킨슨병의 인지도가 매우 낮고 조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는 것으로, 파킨슨병을 최대한 빨리 진단하여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해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야 말로 파킨슨병에 대한 이 전설의 챔피언이 남긴 최고의 교훈일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문의 (703)277-3360
<임정국 신경내과 전문의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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