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처럼 새까맣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한 것” - 18~19세기 프랑스 정치가였던 샤를 모리스 드 탈레랑의 말이다. 악마 같기도 하고 천사 같기도 한, 뭔가 강렬한 이 물질은 커피. 커피는 논란이 많은 식품이다.
커피의 유래에 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에티오피아의 목동 이야기이다. 이 전설에 의하면 9세기 즈음 에티오피아 고산지대에서 염소를 치던 칼디라는 목동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보니 염소들이 어떤 나무의 열매를 먹고 나면 유난히 활기가 넘치고 밤이 되어도 잠을 자려들지 않았다.
칼디는 호기심에 그 열매를 먹어본 후 그 자신 비슷한 경험을 하자 이 사실을 인근 수도원의 수도사에게 알렸다. 수도사 역시 그 열매를 끓여 마시자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매일 졸음 때문에 애를 먹는 저녁기도 시간에도 졸립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원인은 물론 카페인의 각성효과이다.
수도사들의 입을 통해 이 진기한 음료는 수도원에서 수도원으로, 대륙에서 대륙으로 퍼져나갔다. 15세기 아라비아 반도의 예멘 지역에서 재배가 시작되었고, 16세기에는 페르시아, 이집트, 시리아, 터키 일대로 그리고 17세기가 되자 유럽전역으로 퍼졌다.
정신이 번쩍 들고 졸음도 오지 않는 이 음료를 모두가 좋아하지는 않았다. 17세기 초 베니스 등지에서는 ‘사탄의 쓴 발명품’이라며 일부 사제들이 신도들에게 커피를 금했다. 커피를 둘러싼 논란이 심해지고 결국 교황이 개입하기에 이르렀다. 교황 클레멘스 8세는 직접 시음을 해본 후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커피 맛을 본 교황이 대단히 만족해하면서 커피를 둘러싼 ‘악마의 음료’ 논란은 막을 내렸다.
현대에 이르러서 커피는 또 다른 의미에서 논란이 많다. 과학적 연구결과가 새로 발표될 때마다 ‘몸에 좋다’ ‘나쁘다’가 반복된다. 언제는 커피가 발암위험을 높인다고 하다가 언제는 암을 예방한다고 하니 일반인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가장 최근 발표는 커피가 발암 위험물질은 아니지만 너무 뜨겁게 마시면 식도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 암연구소는 전문평가단을 구성, 발암성 물질 관련 연구 1,000여편을 검토한 결과 ‘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물질’에서 커피를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구는 지난 1991년 커피를 암 유발 가능물질로 분류했었다.
커피가 ‘좋다. 나쁘다’ 논란에 휩싸이게 하는 대표적 성분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카페인. 카페인이 기억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치매 예방효과가 있는 반면 과다섭취하면 심장 부정맥, 불면증, 신경과민, 과민성 방광증상 등을 일으키며 체내 칼슘흡수를 막아 골다공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는 폴리페놀이라는 항산화 성분. 자궁암, 전립선암, 간암 등의 항암효과가 있다.
지난 연말 하버드 공공보건대학원은 커피를 하루 3~5잔 마시는 사람이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 보다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무엇이든 적당하면 약, 과하면 독이다. 설사 해롭다한들 커피 한잔 없이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까. 너무 뜨겁지 않게 맛있게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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