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집을 구하는 날이었다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차가 멎자
두 그루 벼랑집이 기울고 있었다
시간의 가산을 거진 팔아
겨울 햇살 꼭대기에 까치를 들인
포플러나무
오, 구부러지고 들어간 저녁빛에 코를 묻고
호리호리한 몸매를 기대고 있었다
금빛 옷 한벌이 하나씩 입혀지는 것만 같아!
날개 무거운 새가 눈망울에 끌어안는
환하게 번진 일몰 뒤로
포플러나무는 쪽배처럼 그냥 기울어진다
나무들은 그렇게 세상을 건너간다
막무가내 등을 기대고
이 땅에는 한 그루도 없는 영원을 수줍어하며
금빛 구름뭉치 밑의 두 그루 나무
서로 해진 무릎에 가죽을 대주고 있다
텅 빈 공중 문을 닫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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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연, ‘Sound of leaves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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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모두가 기울어가는 시간이다. 계곡도 나무도 그 나무에 닿아 빛나는 햇살도 기울어간다. 기우는 것들의 집은 기울음일 뿐이라서, 서로를 향해 기울어지며 오래된 나무는 ‘기우는 집’에 가득 깃들어 살고 있다. 헌데 기울어졌으니 있을법한 아픔도 화도 슬픔도 없다. 시간은 어디쯤에서 멈춘 것인지, 다만 평화가 있을 뿐, 가느다란 나무는 호리호리 홀로 지닌 영원에 수줍다. 구름도 금빛으로 굽어보는 늙고 가난한 집. 세상에 영원이 없는 것은, 그것들을 모두 저 기우는 풍경이 다 가져가버린 까닭인지 모르겠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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