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심각하게 다투던 일이 문득 떠오르네
내가 75세가 되던 생일날이었지
난 내가 175세라 믿고 있었지
아내는 아니라 했지
“운전 면허증을 봐요.” 그녀는 말했지, 나는
몬타나주가 내 면허증을 취소했잖아.라고 대꾸했어.
아내는 서류가방에서 여권을 꺼내와
‘당신, 75세야’ 라고 들이댔지만
나는“ 그렇게 중요한 일을, 어떻게
정부를 믿느냐고“ 했지.
그리고 몇 잔을 더 마신 후
175세라는 확신 속에 잠이 들었어.
아침에 일어나니 75세처럼 느껴졌고
식사를 하며 사과를 했어.
백년이 젊어졌으니 가볍고 젊고 힘차게 느껴졌지.
어렸을 적에 라이프 잡지에서 남북전쟁 참전용사들의
사진을 본 적이 있지.
그들 중 살아있는 사람은 없지, 안 그래?
살아있다면 175세쯤 되었겠지.
난 가끔 그 지독한 전쟁을 떠올리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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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란, ‘Inner Flares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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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의 생일에 자신이 175세라고 우기는 남편과여권을 들이대며 75세라는 것을 증명하는 아내. 부부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것을 우겨대고, 또아무 일도 없었던 듯 화해하는 그런 사이다. 아침이 되자, 175세라면 남북전쟁 참전용사들의 나이겠네 하고 생각해보는 남자, 그의 엉뚱한 연상은 일상을 다루는 시의 가벼움에 역사적 인식의무게를 가미한다.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전쟁을생각할 때 백년은 더 늙은 듯 느껴질 수도 있지않은가, 그러니 그날 밤, 그의 감정적 나이는 175세였는지도 모른다. 지난봄에 세상을 떠난 이 시인은 영화 ‘Legends of The Fall’의 원작자이기도하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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