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나무가지가 우거지는 녹음의 푸르름을 즐기면서 여름이 턱 밑에 와 있는 느낌을 받고 있을 쯤 아내와 함께 대학원 졸업식에 참석할 기회가 주워졌다. 그 식장에서 10여명의 이학박사 학위를 받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행복과 기쁨이 가득 차 있었고, 빛나는 눈동자가 매우 아름다웠다. 그 후 며칠 뒤 시니어센터 월요 정규모임에 참석했다. 여러 회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분들 중 박사라고 우리가 불러주는 몇 사람이 있다. 나는 이분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이 사람들도 그 학위를 받았을 당시 학생들과 비숫한 모습으로 행복한 미소와 기쁨이 넘쳐났던 얼굴을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콜럼비아 베인 센터의 하워드카운티 한인시니어센터 회원이 된지도 어느덧 만 3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회원들을 겉으로 보았을 때 그저 늙고 힘없고 무기력한 노인들로 판단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분들과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를 여과 없이 말하면서 함께 밥도 먹고 농담도 나눴다. 그분들은 내가 외적으로 바라 본 것과는 달리 훌륭한 인격과 지혜로운 사고방식 그리고 활력 있고, 신, 의, 예를 갖춘 사람들인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내 자신이 무척 부끄러움을 가졌다
그들의 나이는 거의 60대 부터 90대까지 연령층이 골고루 분포 되어 있다. 시니어센터 회원들은 “사람 만나러 오는 게 즐겁고, 재미있고, 마음이 편해지면서 자신의 나이도 잊고 젊음을 다시 찾는 기분에, 살맛이 다시 생기며, 또 학벌이나 신분차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순수하게 인간관계가 이어지고 있는 이곳이 좋아요”라고 하는 얼굴에서 잔잔한 행복감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한 달에 두번째 월요일과 네번째 월요일 2 회에 걸쳐서 베인 센터측이 점심 때 한식을 제공하는 특별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다. 우리 뿐만 아니라 타인종도 한국음식 먹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 음식을 먹을 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니어 친구들과 맛있게 그리고 즐겁게 식사를 하면 언제나 뿌듯함과 뭔가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이곳 프로그램에는 노래교실을 포함하여 컴퓨터, 셀폰, 라인댄스, 고전무용, 영어교실 등 다양한 배움의 터전이 있다. 남녀 회원들이 나이를 불문하고 무언가 배우겠다는 젊음 같은 열정과 패기는 도전 정신를 유발하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항상 교실마다 수강생이 넘쳐 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특히 집행부에서는 도전정신과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마음을 갖고, 과거 현재 미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미래 지향적인 책자 ‘화보’를 발간하기로 했다. 그래서 한인시니어센터 14년간 역사의 발자취를 그것에 담아 놓을 충분한 자료가 마련되면 그 즉시 편집을 하고, 출판 작업에 들어간다고 들었다. 나 역시 내년 초 쯤에 태어나는 그 첫 화보가 순조롭게 출판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여러 사람들이 도전정신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하면 나는 좀 소심하기에 그 정신도 빈약한 편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시니어 분들의 끊임없는 도전정신에 진심 어린 찬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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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찬 엘리콧시티,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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