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떠날 채비를 서두른다
흰 서리가 피어있는
점이 지역에 바람이 다녀간 흔적이 다습다
감나무 잎은 발자국 되어 떨어지고
가랑이를 닮은 가지들은 헤매고 있다
스산한 물결을 수평으로 고르는 안개가 보이고
들판은 한층 단단해지고
오늘이 나를 추월한다
바람이 다녀간 후 발효된 옹이
길을 헤매다 떨어진 잔해들
수 없이 나를 추월했던 환한 별들
저편으로 가는 지도 한 장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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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연, ‘Sound of leaves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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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한가운데서 가을을 꿈꾼다. 무성하던 잎들은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이 어느 먼 곳을 가리키는 지도처럼 앙상하게 펼쳐진 쓸쓸한 계절을 꿈꾼다. 수많은 별들이 시간을 추월해 가고, 알 수 없는 슬픔만이 남겨진 자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황량한 시간을 꿈꾼다. 서리 내린 텅 빈 들판에 바람만이 스스로 낮아져 단단해지는 스산한 가을을 꿈꾼다. 거기 아주 깊은 어디쯤에, 다시 태어날 만큼 고독한, 발효의 따스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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