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가운데)가 10일 열린 권총 50m 결선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박상순(오른쪽)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이 장면을 동메달을 딴 북한의 김성국이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다. <연합>
세계 사격 역사에 이런 대역전극이 있었을까. 탈락의 벼랑 끝 위기에서 기어코 금빛 과녁을 꿰뚫은 ‘한국 사격황제’ 진종오(37)의 금빛 드라마는 가슴 떨리는 한판이었다.
진종오가 10일 리우 올림픽 남자 50m 권총 결선에서 금메달을 거머쥐기까지 과정은 그야말로 소설이나 스크린에서나 나올 것 같은 한편의 기적 같은 명승부였다.
결선에 나선 선수들은 금·은메달리스트를 기준으로 총 20발을 쏜다. 진종오의 초반 페이스는 좋지 않았다. 그는 초반에는 8명의 선수 가운데 줄곧 4∼5위에 머물렀다.
8위 선수가 탈락한 직후인 9번째 격발은 치명적이었다. 진종오는 6.6점을 쐈다. 점수를 확인한 진종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종오의 순위는 7위까지 떨어졌다. 한 발만 더 쏴 순위 변동이 없으면 곧바로 탈락하는 위기까지 몰린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진종오는 이 순간에 대해 “긴장하지는 않았는데 오조준한 상태에서 격발했다”고 당시 실수를 떠올린 뒤 “6점을 쏘고 나서 정신 차렸다. 그렇게 실수를 한 게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운명의 순간에서 진종오는 기적 같이 살아났다. 10번째 발에 9.6점을 기록한 것이다. 슬로바키아 선수가 7위로 떨어지며 탈락했다.
이후 진종오는 신들린 듯했다. 11, 12번째에서 각각 10.4점, 10.3점을 기록했다. 단숨에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13번째에는 9.8점을 쐈고 14번째에는 만점(10.9점)에 가까운 10.7점을 명중했다. 5위 중국 선수는 탈락했다. 진종오는 여전히 3위.
이때까지만 해도 진종오가 금메달을 따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었다. 1위를 달리는 베트남의 호앙 쑨 빈(136.8점)과 진종오(133.3점)는 무려 3.5점이나 차이 났다. 남은 6발에서 진종오가 호앙을 꺾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진종오는 차분했다. 15, 16번째에는 10.5점, 10.0점을 쏴 북한의 김성국과 공동 2위로 올라섰다. 17번째에는 10.4점을 쐈다. 호앙과 점수 차가 1.3점으로 좁혀졌다. 금메달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18번째에는 10.2점을 기록했다. 점수 차는 이제 불과 0.2점. 진종오와 호앙에게 남은 총알은 각각 2개. 진종오는 첫 발을 10.0점에 쐈다. 호앙은 8.5점에 그쳤다. 진종오의 대역전. 7위로 탈락위기에 놓였던 진종오가 1위로 도약한 순간이다.
마지막 한 발. 진종오는 9.3점을 기록했다. 호앙은 8.2점에 그쳤다. 진종오는 한국 스포츠와 세계 사격의 역사를 새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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