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찬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채순(51) 한국 남자양궁 대표팀 감독이 남자 개인전이 끝날 때까지 취재진에게 쓰지 말아 달라며 신신당부한 얘기가 하나 있다.
지난6일 김우진(24·청주시청), 구본찬(23·현대제철), 이승윤(21·코오롱엑스텐보이즈)으로 이뤄진 대표팀이 리우 올림픽 남자양궁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직후였다.
취재진과 만나 8년 만에 단체전 금메달을 수확하기까지 험난했던 과정을 떠올리던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확신을 얻었던 일화를 한 가지 소개했다.
"선수들이 어느 날 저녁에 저를 찾아오더라고요. 그러더니 '감독님, 우리 2관왕 한번 해보시죠'라고 했어요. 그 말을 들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많이 알려졌듯이 한국 양궁은 여자양궁이 세계 무대를 주름잡은 데 반해 남자양궁은 사실 기를 제대로 펴지 못했다.
여자양궁은 이번 리우 올림픽의 새로운 여왕으로 등극한 장혜진(LH)까지 올림픽 2관왕만 해도 7명에 달한다. 단체전 8연패의 위업까지 이뤄냈다.
반면 남자양궁은 2관왕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개인전 금메달리스트가 나오지 않아 애를 태웠던 남자양궁은 4년 전 런던에서 오진혁(현대제철)이 개인전에서 한국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남자양궁은 단체전 준결승에서 미국에 덜미를 잡혀 동메달에 그치며 또 한 번 2관왕 배출에 실패했다.
남자양궁 2관왕 부재는 한국 양궁이 여태까지 전 종목 석권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였다.
박 감독 역시 남자양궁 2관왕에 대한 갈망이 컸다. 한국 양궁의 가장 큰 숙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박 감독은 자칫 선수들이 부담을 가질까 봐 말도 못 꺼내고 냉가슴만 앓았다.
그런데 그런 감독의 고민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선수들이 자청해서 2관왕에 대해 강한 의욕을 보였으니, 박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박 감독은 당시 취재진에게 "혹시라도 개인전 전에 기사화되면 선수들이 부담을 가질 수 있으니 개인전이 끝날 때까지는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한국 남자양궁은 13일 오전 브라질 리우의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구본찬의 금메달로 그 약속을 지켰다. 한국 양궁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