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우올림픽 남자 육상 200m 예선 8조 경기에서 꼴찌로 들어오는 케냐의 은카나타(오른쪽)
눈 한번 못 붙이고 몸 한번 제대로 풀어보지 못한 채 육상 200m 경기에 나선 선수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4년을 기다려온 올림픽보다 더 긴박한 레이스를 펼쳐야 했던 이 선수는 케냐의 카빈 은카나타(25).
케냐의 남자 200m 기록(20초14) 보유자로, 아프리카에선 꽤 이름이 나 있는 스프린터지만 이번 리우올림픽 성적은 예선 꼴찌였다. 기록도 자신의 최고기록보다 1초 이상 뒤졌다.
그래도 그는 웃었다. 리우올림픽 육상 트랙 위에 두 발을 딛고 있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아서였다. 사연은 이러했다.
그가 리우행 비행기를 구매한 건 예선전을 고작 하루 앞둔 지난 15일(현지시간)이었다.
현재 사는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마이애미로, 다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까지 밤새 비행하고서 최종 목적지인 리우올림픽 주 경기장에 '골인'하기까지는 꼬박 12시간이 걸렸다.
자신이 속한 예선 8조의 경기 시각은 16일 오후 12시 30분. 은카나타는 불과 경기 1시간 전에야 경기장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은카나타는 비행 내내 잠을 잘 수도 청할 수도 없었다. 행여나 경기 시각에 늦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사실 올림픽 출전 자체가 확정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애초 케냐 당국의 착오로 올림픽 출전을 승인받지 못해 하마터면 4년간 품어온 꿈이 물거품이 될 뻔했다.
하지만 그의 억울한 사정을 전해 들은 미국의 한 변호사가 케냐 당국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적극적으로 호소, 가까스로 올림픽 출전이 가능해졌다.
은카나타는 브라질에 입국하고 나서야 케냐 국기를 달고 200m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바로 주 경기장으로 내달렸다.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그는 한참 지친 상태였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비행기에서 잠을 자려고 했지만 잘 수가 없었다. 그저 눈만 감고 물만 연신 들이켰다"며 "(경기를 치른 게) 꿈만 같다. 이런 기회는 매번 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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