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이면 충분한데 17시간 걸렸다. 인천공항에서 중국 칭다오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남짓, 제주와 비슷하게 걸린다.
그러나 인천항에서 여객선을 타면 17시간이다. 승객정원 660명, 2만9,554톤의 위동페리 뉴골든브리지 V호는 칭다오까지 544km 바닷길을 평균시속 45km 속도로 천천히 이동한다. 누가 바다에서 그렇게 긴 시간을 ‘허비’할까 싶지만 지난해 여객선을 이용해 인천과 칭다오를 오간 승객이 7만 4,000여명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전인 2013년엔 12만8,000여명에 달했다. 선상파티까지 즐길 수 있어 동호인과 동창회 등 단체 승객이주를 이룬다.
오후 5시30분에 인천항을 출항해 인천대교를 아래를 통과할 때쯤이면 저녁식사 시간이다. 한식과 중식이 섞인 부페다. 오른편 창가에 자리잡으면서 해의 작은 섬들 사이로 발갛게 떨어지는 일몰을 감상하며 만찬을 즐길수 있다. 식사가 끝나면 같은 자리에서 승무원들이 준비한 간단한 공연이 펼쳐진다.
전문 공연단이 아니기 때문에 어설픈 점이 많지만, 한국과 중국 노래 경연, 마술 쇼 등은 들뜬 여행객들의 환호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하다.
오후 9시, 공연을 마친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갑판으로 안내한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선상 불꽃 쇼가 남았다. 5분여 짧은 시간 동안 요란한 불꽃이 깜깜한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여행객들의 황홀한 탄성도 불꽃처럼 밤바다로 퍼진다.
아쉬움이 남은 승객들은 선상 노래방으로 향하고, 일부는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서 밤바람을 즐긴다. 선박여행이 비행기보다 월등한 점은 역시 발 뻗고 편히 쉴 수 있다는 것. 2인실 객실은 화장실과 욕실이 딸려있어 호텔과 별 차이가 없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후 침대에 누우면 약간의 흔들림에 저절로 깊은 잠에 빠진다.
선상에서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장면이 일출이다. 배가 이동한 만큼 해뜨는 시간이 한국보다 약 30분 늦다.
차가운 새벽바람 속에서도 수십 명의 승객들이 기대감으로 일출을 기다린다. 해 뜨기 직전의 두근거림을 아는 이들이다. 오로지 하늘과 바다만이 전부인 선상의 일출은 해변의 그 것과는 또 다른 감동이다. ‘해 뜨는 동쪽나라’에서 무언가가 발갛게 솟아오르면 호들갑스런 감탄사마저 잦아들고 벅찬 순간을 맞는다.
아침 식사를 마칠 때쯤이면 배는칭다오 앞바다를 지나고 있다. 승객들은 삼삼오오 갑판으로 나와 수평선 따라 펼쳐진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본국에 다다른 중국인들의 목소리가 유난히 커진다. 지겨울 것만 같던 17시간이 1시간처럼 흘렀다.
<여행수첩>
▶위동항운(032-770-8028)이 인천에서 중국 산둥성 칭다오와 웨이하이 구간에 각각 주 3회 여객선을 운항한다. 올해 말까지 얼리버드와 친구할인, 단체할인 등 다양한 특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선내에선 편의점과 면세점, 스낵 바 등을 운영한다. 면세점을 이용하려면 조금 서둘러야 한다. 한국의 이동통신 범위를 벗어나면 카드로 결재할 수 없다.
▶타이산은 산둥성의 성도인 지난(濟南)에서 차로 1시간 이내 거리다.
칭다오-지난 구간은 고속철도로 이동할 수 있어 타이산 여행상품은 대부분 칭다오와 지난, 취푸(曲阜)의 공자유적을 함께 둘러보는 코스로 짜여있다.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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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다오=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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