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1월 대선이 끝난 다음 날로 계획되었던 지인과의 점심식사는 “축제”가 될 줄 알았었다.
그런데 아침 뉴스를 통해 들은 선거결과는 몇 번을 들어도 믿기지 않았고 점심에는 “축제” 대신 냉정을 잃은 마음을 가라앉히는 “심리요법” 의 시간이 되어버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를 번갈아 연발하며 식사를 마친 후에도 암담하고 혐오스러운 마음을 떨쳐 버릴 수 가 없었는데, 상당히 많은 이들 역시 “집단 우울증”에 빠져있음을 미디아를 통해 들었다. 이 선거결과로 인해 미국사회에 깊숙이 박혀있는 “White Supremacy (백인우월주의)” 추종자들이 도널드 차기 대통령 태도에 힘입어 공공연히 인종차별 언행을 하는 것이 연이어 보도되는 것을 보며 걱정되는 마음을 접을 수가 없다.
선거가 끝난 열흘 뒤 애리조나에서 열린 여선교회 모임 참석을 위해 노스캐롤라이나를 경유하게 되었는데 이 두 주 모두 도널드후보를 지지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대다수 거주한다는 것이 상기되어 주변 백인들의 모습을 살펴보다 그들이 무서워 졌고, 이민자인 나의 신변이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졌다. 태어나면서부터 이런 위험을 수시로 느끼며 살아가는 흑인들의 아픔을 새롭게 이해 할 수 있었고, 그들과 협력하여 인종차별퇴치에 참여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확신이 들었다.
유럽인들의 식민주의 정책과 백인우월주의가 가져 온 미 원주민 대량학살과 그들의 땅과 재산을 몰수한 정책, 아프리카 원주민을 잡아다 노예로 만든 권력의 여파는 500여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 정치, 경제, 사회제도에 속속들이 파고들어 백인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지배를 받아 온 원주민과 흑인, 이 문화와 정책에 세뇌되어 사는 이민자들에게도 뿌리 깊게 박혀 직접 간접적으로 “백인우월주의”에 동참하고 있음은 시정되어야 할 무서운 일이다.
1960년대 말 이민법이 바뀌어 50년의 이민 역사를 갖고 있는 한인들은 500 여년의 흑인들의 투쟁 덕으로 비교적 큰 차별을 느끼지 않는 안이한 생활을 하며 “American Dream”을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나라”로 선택하고 사는 미국의 이 불편한 역사를 외면을 하고, 흑인들을 적대시하며, “깜둥이”라 부르는 언행이 일상화 되어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런 우리의 흑인차별은 1992년 4월 나성 지역의 로드니 킹 폭동 사건 때에 흑인과 그 지역 한인상인들 간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무서운 폭력대립을 초래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한인들에게 각성의 계기가 되어 나성뿐만 아니라 흑인지역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한인들이 지역사회와 좋은 유대관계를 갖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며 현명한 결정이었다.
또한 마약거래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는 필라델피아 흑인 극빈자 지역에 자신의 안전을 무릅쓰고 들어가 그들을 위한 목회를 시작하여 이제는 총알이 날라 다니던 거리에서 어린이 여름성경학교를 열고, 마약 판매를 하던 흑인들의 마음을 움직여 이제는 흑인들이 성경학교를 가는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한 한인목사의 간증을 들었다.
위기가 계기가 되며 왜곡된 편견을 바로 잡고 이질 문화에서 살아온 이들에게 사랑을 나누며 공존하는 법을 배워가는 귀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이 “새로운 내 나라”에서 끊임없이 지속되어 인종차별퇴치에 직접 간접적으로 기여하여 정의의 사회를 이루어 가는 우리들이 되기를 기도해 본다.
특히, 아기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며 쉴 새 없이 사랑을 나누는 이 강림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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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실/연합감리교회여선교회 인권정의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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