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기획 - 은퇴후 제2인생 사는 한인노인들②아마추어 사진작가 조덕제씨
30년간 운영하던 세탁소 은퇴후 어릴적 꿈에 도전
상록회 사진교실서 디카·포토샵 기술까지 배워
좋은사진 찍기위해 1년에 20번이나 유럽여행 하기도
"노인이라구요? 사진의 세계를 알고 난 후로 오히려 매년 한 살씩 젊어지고 있는 걸요."
멋진 베레모를 쓰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조덕제(81세)씨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80대라는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능숙하게 카메라 매뉴얼을 조정하고 사진을 컴퓨터 포토샵에 옮겨 클릭을 몇 번 하니 금세 멋진 작품이 탄생한다.
현재 뉴욕일원에서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조씨가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30년간 퀸즈 포레스트힐에서 운영하던 세탁소를 접고 난 11년 전부터이다.
은퇴를 하고 나서 취미와 소일거리를 찾아 뉴욕상록회를 찾았던 조씨는 우연히 사진 교실에 나가게 됐다. 젊은 시절 이민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생업에만 매달렸던 조씨는 은퇴하면서 그 동안 조심스럽게 마음에 담아왔던 사진작가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한 것이다.
"시골 출신인데다가 전쟁 등으로 가난했던 한국에서 카메라는 구경도 하기 어려운 귀중품이었다"고 말하는 조씨는 "막연하게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가 1969년 캐나다에 병아리 감별사로 이민을 오는 길에 공항에서 당시 돈 120달러의 거금을 주고 생애 처음 카메라를 샀던 기억이 난다"고 추억을 더듬었다.
처음 수동 카메라를 갖고 수업에 나갔던 조씨는 사진반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 찍는 법을 익히게 됐고 자연스럽게 사진을 수정하는 포토샵 기술까지 배우게 됐다. 조씨는 "똑같은 카메라로 찍어도 포토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훨씬 더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마냥 신기했다"며 "이제는 웬만한 젊은 사람들보다도 포토샵에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반 수강은 끝났지만 사진을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당시 같이 수업을 듣던 70~80대 친구 10여명과 사진 동아리 '포비'(PhoVi)를 만들게 됐다.
동아리에서는 매번 강사를 초빙해 새로운 사진기술을 배우고 매달 한번씩 뉴욕과 뉴저지 인근 산과 바다는 물론 유럽과 한국의 유명지 등으로 해외 원정을 하며 멋진 풍경을 담는데 여념이 없다.
조씨는 "한동안은 1년에 20번이나 유럽 여행을 가고 4번이나 한국을 방문해 풍경을 찍을 정도로 사진이 내 인생의 일부가 됐다"며 "올 봄 회원들과 함께 쿠바와 알프스 산맥을 방문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고 설렘을 전했다.
이제는 사진 기술을 가지고 한인사회에도 기여하고 싶어 한인사회 행사들을 다니면서 무료로 사진을 찍어 보내주고 있다. 한달전부터는 '포비' 회원들과 '뉴욕사회영상제작'을 만들어 한인사회의 일면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에 있다.
회원들과의 논의 끝에 이제 몇 남지 않은 미국인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이력과 현재 모습을 담은 헌정 영상을 제작하기로 중론을 모아 실행에 들어갔다.
조씨는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가장 달라진 점은 인생에 활력을 얻고 젊은 사람들과도 자주 어울리면서 몸과 마음이 젊어졌다는 것”이라며 "젊은 시절 가족을 책임지느라 자신이 꿈과 희망을 키우지 못했던 사람들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또 다른 인생을 즐기기 바란다"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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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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