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기획-은퇴후 제2 인생 사는 한인 노인들 ③종횡무진 택시기사 황도효 할아버지
“안녕하십니까. 케이팝 콜택시 102번입니다.”
지난 주말 오후, 콜택시를 운전하는 황도효 할아버지는 언제나 그렇듯이 환한 웃음과 능숙한 인사말로 승객을 맞이했다. 올해로 86세를 맞은 황씨는 지난해 당당히 택시리무진위원회(TLC) 면허를 취득한 후 뉴욕 일원 한인사회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이미 은퇴를 하고 쉴 나이에 어떤 이유로 택시 운전대를 잡게 됐느냐’는 질문에 황씨는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10년 넘게 내 회사라고 여기며 밤낮 없이 대형 수퍼마켓 업체의 트럭 운전기사로 일해 왔는데 지난해 갑자기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고 그만두게 됐습니다” 변명할 기회조차 없었던 황씨는 너무 큰 실망을 한 나머지 사람들과의 접촉을 끊고 두문불출했다.
"한국에서 물탱크 사업을 접고 1998년 뉴욕으로 이민 온 후 이런 저런 사업을 하다 일흔이 넘어 트럭 운전사로 직장을 잡게 됐었다"는 황씨는 "늦은 나이에 일을 할 수 있다는데 감사하며 성실히 일하던 직장에서 작은 오해 때문에 해고 통보를 받고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몇 개월을 보내고 ‘아직 건강할 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는 황씨에게 주변에서 콜택시 기사 제의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이 나이 들어 영어 필기시험에 합격할 수 있겠나?“라고 생각했던 황씨는 TLC 시험에서 당당히 합격하면서 정식 택시기사로서 재기에 성공했다.
택시 기사 일을 시작하고 나서 황씨의 삶은 180도로 달라졌다. 그 동안 어둡고 무기력하기만 했던 황씨는 승객들과의 대화를 통해 점차 활기를 되찾아 간 것.
"20대 젊은이들부터 내 나이 또래 사람들까지 다양한 나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차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내 스스로 젊어지고 삶의 활기를 되찾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황씨는 "지금은 손님들 사이에 '목소리 좋은 기사님'이라는 기분좋은 별명까지 들어가며 그 어느때보다도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5~6일 근무한다는 황씨는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택시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나에게 할 일이 있다는 것과 택시 안에서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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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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