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지금] 첫 5일 동안 소통·개혁·인사·안보·민생 등 5가지..‘속도감 있는 광폭 행보’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시간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하트를 만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노무현정부에서 한 단계 진화하고, 박근혜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새로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성공 조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시작이 반이란 말이 있듯이 처음 일주일 동안 어떻게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5·9 장미 대선’에서 41.09%(1,342만3,784표)를 득표해 압승을 거둔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이후 14일까지 5일 동안 이 같은 조건을 의식한 듯 ‘속도감 있는 광폭 행보’를 보여줬다. 문 대통령이 첫 단추 행보는 크게 다섯 가지였다. 우선 탈권위 소통·통합과 적폐 청산 움직임이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세대·세력 교체형 인사, 안보 위기 해소, 민생 문제 해결 행보 등도 관심을 모았다.
우선 소통·통합 행보 중 가장 의미 있는 것은 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이 아닌 비서동(여민관) 집무실에서 주로 근무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이 본관에서 머무는 동안 500m가량 떨어진 비서동에서 근무하는 참모들과 대면 접촉을 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문 대통령은 일정 시점에는 광화문 정부청사로 집무실을 옮기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비서동 식당에서 청와대 기술직 직원들과 한 식탁에 앉아 오찬을 한 것도 탈권위 행보였다. 문 대통령은 토요일인 13일에는 대선 당시 자신을 취재했던 ‘마크맨’ 기자들과 함께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에 올라 언론과의 소통 의지도 보여줬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로 입주하기 전까지 홍은동 사저에서 며칠 간 청와대로 출근하는 과정에서 방탄차에서 내려 시민들과 함께 ‘셀카’를 찍은 것도 탈권위 풍경이었다. 탈권위 소통 행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스타일을 벤치마킹한 게 많다. 노무현정부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 등을 지낸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탈권위 행보를 이어받으면서도 더 세심하게 다듬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통합 행보 중 대표적인 것은 취임 직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당사를 방문해 정우택 원내대표 등을 만나는 등 야4당 지도부를 연쇄 면담한 것이다. 역대 대통령 중 취임 직후 야당 지도부를 잇따라 만나 국정운영 협력을 당부한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통합·소통 행보와 함께 거침없는 적폐 청산 움직임도 보여줬다. 국정 역사 교과서 폐기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지시한 것은 박근혜정부 흔적 지우기 작업으로 풀이된다. 또 새로 임명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세월호 참사에 대해 재조사하고 국정농단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도 적폐 청산의 일환이다. 조 수석은 정윤회 문건 사건에 대해서도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재조사는 구속을 피해간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을 겨냥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연말까지 임기가 남아 있던 김수남 검찰총장의 사표를 수리한 것도 검찰 개혁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4대강 사업 등 이명박정부의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재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은 “적폐 청산이 정치 보복 수단으로 활용돼선 안 된다”면서 제동을 걸고 있다. 따라서 적폐 청산을 가속화할 경우 과반 의석인 150석에 미치지 못하는 120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야당과의 협치를 잘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셋째, 총리 후보자로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남지사를 지명하고, 청와대 비서실을 개혁 성향이 강한 젊은 참모진으로 구성한 것도 시선을 끈다.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종석 전 의원, 민정수석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무수석에 전병헌 전 의원을 임명했다. 50대 초반의 임 실장과 조 수석은 모두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인사들이다. 문 대통령 측은 초기 인사에서 친문재인 핵심 인사들이 빠지고 ‘비(非)문’ 계열 인사들이 많이 기용된 것을 두고 ‘탕평 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기용된 인사들은 대부분 문재인 후보 선대위 또는 민주당, 노무현정부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다. 따라서 “진정한 탕평 인사가 되려면 내각 인사에서는 정파와 코드를 떠나 각계에서 능력을 갖춘 인사들을 고루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첫 번째 외부 공식 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임기 내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말한 것은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한 행보이다.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 최소화 의지를 밝힌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적자 기관이 더 많은 공공기관들이 큰 비용이 들어가는 정규직 전환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축하를 겸해 전화를 걸어온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국 정상들과 연쇄 전화 통화를 가진 것은 북핵 등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외교안보 행보이다. 문 대통령은 14일 새벽 북한이 탄도 미사일 1발을 발사하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직접 주재해 북한의 도발을 강력 규탄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첫 5일 행보에 대해 한 정치학자는 “문재인정부가 처음 보여준 국정운영 방향과 스타일은 무난한 편”이라며 “소통·통합 행보는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 실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통 행보는 돈과 비용이 들지 않지만 비정규직 문제 등 민생 해결을 위해서는 효율적으로 예산과 정책을 집행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41%의 득표로 출범한 문재인정부가 반대 세력과의 관계를 잘 설정하기 위해서는 적폐 청산과 협치의 딜레마를 지혜롭게 풀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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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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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대통령이 되어주시길 !
한국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제야 대통령 같은 대통령을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