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인생의 가장 심각한 과제는 육신의 죽음이다. 죽음만큼은 누구나 피할 수 없기에 성경말씀은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라 말하고, 또한 인생을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로 비유하기도 한다. 좀 가혹한 말이지만, 인생은 태어난 순간부터 육신의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그래서 이미 사형언도를 받은 사형수와 다를 바 없다. 단지 그 집행 날짜를 모르는 것 뿐이다.
크리스천들에게는 육신의 죽음은 하나님의 선물이다. 그것은 새로운 삶을, 즉 세상의 삶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영원한 삶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부활의 예수를 구세주와 구주로 진정 영접한 사람들에게는 죽음은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열쇠이다. 고통과 슬픔으로 가득찬 이 세상을 끝없이 살아야 한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다. 그래서 예일과 하버드 대학에서 신학을 가르치고 선교사로 나갔다가 인생의 후반기에는 데이 브레이크라는 장애인 공동체에서 “아담”이라는 장애인을 섬기다가 죽은 헨리 나우웬은 죽음을 “가장 큰 선물”이라고 고백했다.
엊그제는 이제 47세의 아내의 조카(언니의 아들)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Wilson’s 병이라는 희귀한 병, 즉 섭취한 음식물에 들어있는 구리가 간에 계속 쌓여 간을 망가뜨리는 병을 가졌다. 늘 피곤하고 힘들어 타인과의 교제도 극히 제한된 외로운 삶을 시한부 인생으로 살다가 결국 젊은 나이에 이 세상을 떠났다. 육신의 이별이 못내 아쉽고 슬프지만, 그러나 그는 확실한 믿음의 사람이었기에 고별예배는 고인을 기쁨으로 보내는 환송예배이었다.
건강 때문에 독신으로 살았기에 단 하나인 형의 두 아들을 친자식처럼 사랑했고, 늘 피곤했지만 타인을 진정으로 배려하고 도와주는 아름다운 삶이었다. 나는 장례식에서 그렇게 여러명의 직장 동료들이 눈물을 흘리며 고인을 회상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는 뉴욕의 유명한 암 센터에서 ‘MRI Technologist’로 일하며 팀의 수퍼바이저로 일했는데, 그의 사랑과 돌봄과 헌신에 모든 팀원이 한 가족처럼 지냈다면서, 그가 남긴 빈자리를 못내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이 보다도 진정 나를 감동시킨 것은 그의 믿음이다.
근래에는 몸이 너무 피곤하여 교회 출석도 못하였고, 사실 나는 그의 믿음의 상태를 몰랐다. 그러나 집례하시는 목사님을 통해 그가 얼마나 확실한 구원의 믿음을 가졌는지, 다시 말하면 회복의 가능성이 희박해져 예배를 인도하시는 목사님께 “저는 제가 어디로 가는지 확실히 압니다. 하나님 나라에 가는 것을 확실히 믿습니다. 그래서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라고 고백한 것을 들었을 때 참으로 기뻤다. 또한 그는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다”라는 말씀이 들어있는 이사야 43장 1-2절을 가장 좋아한다고 목사님께 말했다 한다.
평소에 성경읽기를 즐기고, 또한 말씀을 깊이 묵상해 온 조카는 그래서 육신의 장막을 벗으면서 주저없이 구원의 믿음을 고백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고백은 D. L. 무디 선생이 죽음을 맞는 자리에서 사랑하는 교우들에게 “보라! 내 앞에 땅은 물러가고 하늘이 열리는구나! 이것이 죽음이라면 달콤하다. 천국에서 예수님이 나를 영접하기 위해 기다리고 계신다”라는 말을 남긴 것과 같다.
영문과를 나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언젠가는 써 오던 글을 모아 책으로 출판하기를 원했던 조카가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나 못내 마음이 아프지만, 그러나 그의 짧은 삶은 분명 값지고 아름다운 삶이었음에는 틀림없다. 무디 선생과 조카 같은 분들의 임종 때의 고백은 아벨에 관한 성경의 말씀 “그가 죽었으나 그 믿음으로써 지금도 말하느니라”(히브리서 11:4)를 내 가슴에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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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효 실버스프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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