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집의 초인종이 울려서 문을 열어보니 한국 아주머니 한 분과 젊은 청년이 서 있었다. 환하게 웃는 얼굴로 “안녕하세요?”하며 인사를 했다. “예,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받아주자 손에 든 종이쪽지를 전해주려 했다. 그 종이에 특정 종교 단체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저 목사입니다”하면서 문을 닫으려고 하자 당황하면서 “어느 교회에서 …”하며 내가 사역하는 교회를 묻는 것 같아 “볼티모어에서 목회합니다”하고는 문을 닫았다.
문을 닫고는 문득 이 분들이 어떻게 나를 찾아왔을까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창문을 통해 보니 타고 온 차로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그러니까 이 분들은 집집마다 포교하다가 우연히 내집에 들른 것이 아니고 내 집을 목표로 찾아온 것이었다. ‘저 집에 한국 사람이 산다’는 것을 알고 찾아온 것이다.
전화번호부 같은 것을 통해 한국 사람이 사는 집을 충분히 알아낼 수 있다. 그런데 이 분들이 찾아온 시간은 오전 11시경으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 분들은 ‘저 집에 한국 사람이 사는데, 한 낮에도 집에 사람이 있다’는 정보를 가지고 내 집을 찾은 것일 것이다. 이 분들이 이렇게 조직적이고 열정적이고 세심하게 자신들의 신념을 포교한다는 생각을 하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개인의 사생활 정보까지 획득하여 포교하는 열정으로 이들은 얼마 전 한국 헌법재판소로부터 중요한 결정을 이끌어 냈다. 종교적 양심에 따른 군 입대 거부자에게 대체 복무의 길을 막아 놓은 현행 병역법이 헌법에 맞지 않다는 결정을 헌법재판소가 내린 것이다. 그래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의 길이 열렸다.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 거부로 군대 대신 감옥을 택한 사람이 1만 9,700명이며 매년 500-600명 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 의무를 거부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99% 이상이 내 집을 찾아온 분들이 속한 종교 단체 소속이다. 결국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특정 종교 단체에 특혜를 준 결과를 초래했다.
그런데 병역 거부의 빌미로 삼은 이들의 종교적 양심을 과연 한국 사회가 존중해 주어야 하는 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왜냐하면 이들과 동일한 양심을 빙자하여 자신의 아이를 사망케 한 부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년 전 심장 기형을 안고 태어난 아이에게 수혈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부모가 수술을 거부해 아이가 사망하고 말았다. 수혈을 필요로 하는 수술은 자신들의 종교적 양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태어난 지 2개월 된 영아를 사망에 이르게 한 부모의 종교적 양심은 입대를 거부하는 양심과 똑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가 과연 이러한 종교적 양심을 존중해 주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입대를 회피하려는 청년들이 종교적 양심을 빙자하기 위해 이 종교 단체로 몰려갈 것이다. 한국 갤럽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특정 종교에서 주장하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경우, 징집 연령층 청년들 사이에서 ‘그 종교로 개종할 마음이 있다’는 대답이 21.1%에 달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의 통계에 따르면 징집 연령층인 20-29세의 인구수는 약 7백만명 가량이다. 그 중의 절반이 남성이라고 가정하면, 약 74만명이나 되는 청년들이 이 종교로 개종할 가능성이 있다.
청년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정통 기독교 교회의 현실인데, 이 종교 단체는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부흥의 계기를 마련했을 걸 생각하니 나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
옥승룡 목사 볼티모어중앙교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김정은 이가, 네레 거시기 예수쟁이도 공화국 위해서 쓸만한 동무들 있어야, 알같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