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경제 충격 완충·난민 공조책 유지 포석…EU 차원 지원 관측
▶ ‘관세폭탄’ 등 터키 전방위 압박 美행정부와 갈등 커질 듯

지난 17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시내의 한 환전소 전광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는 모습. 터키의 미국인 목사 구금을 놓고 미국과 터키의 대립이 지속하는 가운데 터키 리라화 가치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독일이 허약한 경제 체질과 미국의 전방위 압박으로 금융위기에 처한 터키의 '구원투수'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는 터키의 위기가 독일을 비롯한 유럽권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어서다. 난민과 테러 등 역내 현안 해결에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터키의 협조가 중요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그러나 유럽연합(EU)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핵합의, 교역, 방위비 분담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운 상황에서 독일이 터키 경제를 지원할 경우 미국과 독일 간에 더 큰 냉기류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정부가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터키에 긴급 금융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전했다.
독일의 한 고위 관료는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크지 않다"며 이런 입장을 확인했다.
내달 28일로 예정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독일 방문과 이에 앞선 독일·터키 정상회담 준비 회의 때 터키 지원 논의가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장관은 27일 베라트 알바이라크 터키 재무장관을 만나 경제 회복을 위한 터키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재로서는 독일의 지원 규모와 방식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재적 통치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독일의 행보는 미 정부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의 미국인 목사 구금을 들어 터키 장관 2명을 제재하고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폭탄'을 던지는 등 강공책을 구사하고 있다.
대규모 대외부채와 경상수지 적자를 안고 있는 터키에 미국과의 관계 악화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터키 통화인 리라화 가치는 올해 들어 달러화 대비 40%나 폭락하고 물가는 치솟았다. 개인과 기업의 빚 상환 여력이 줄어들고 은행들의 지급 불능 사태가 우려되는 등 경제위기의 늪에 빠져들었다.
한 고위 독일 관료는 미국의 터키 압박에 대해 "완전히 비상식적이고 무지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독일은 난민 문제에 대한 터키와의 공조가 깨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터키는 그동안 EU의 경제적 지원을 대가로 자국 영토를 경유하는 유럽행 난민들을 단속해왔는데 터키 경제가 이대로 주저앉을 경우 관련 협정의 이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터키 경제 살리기에 독일 홀로 나서기에는 정치·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국제 금융기구를 내세우는 방안이 거론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자국에서 터키에 대한 어떤 금융지원도 반대한다는 여론에 직면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터키 구제금융에 나서는 방법이 있지만, 미국은 부정적이다. 터키 정부도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계획이 없다고 최근 밝혔다.
그 대안으로 유럽투자은행(EIB)과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 EU 금융기구를 동원하는 방법이 있지만, EU 회원국들의 합의가 필요하다.
EU의 한 고위 외교관은 "가만히 앉아서 터키가 파산하는 것을 볼 수 없다"며 경제적, 지정학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어떤 행태로든 EU 차원의 터키 지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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