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재영 분당서울대병원 외과교수
▶ 음주·비만·당뇨도 암 위험 높여, 환자 30% 정도만 증상 느껴
조재영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간세포에서 생기는 간세포암을 간암으로 여기지만 다른 장기에서 발생해 간으로 퍼진‘전이성 간암’이 간암의 75%나 차지한다”며 ▲간암은 재발률이 높기에 평소 꾸준한 관리와 정기 검진이 중요하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간은 3,000억개가 넘는 세포로 이루어져 대사ㆍ저장ㆍ해독을 하는 중요한 장기다. 이처럼 다양한 역할을 하는 간에 문제가 생기면 신체 전반에 이상이 생긴다. 특히 간은 폐ㆍ대장ㆍ직장ㆍ위 등에 생긴 악성종양이 가장 잘 전이되는 장기로 꼽힌다.
‘간암 전문가’ 조재영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에게 간암의 위험을 높이는 요소와 증상, 이를 예방하기 위한 간 건강 관리법을 들었다. 조 교수는 “간암은 대부분 BㆍC형 간염, 알코올성 만성 간질환을 동반하므로 고위험군에 속하면 정기적인 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국내에서 주로 생기는 간암의 발병 위험인자는.
▲간암이 지난 20여 년간 더 많이 생기고 사망률도 높아졌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2017년)에 따르면 간암 환자가 1만5,757명이 생겼다. 전체 암 발생률 6위, 사망률은 폐암에 이어 2위였다. 특히 40, 50대에서는 전체 암사망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위험하다.
대표적인 위험인자는 Bㆍ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간질환이다. 이 두 가지 바이러스에 의해 간염이 만성화되는 비율은 55~85%로 높고, 심하면 간경변증이 생기고, 간암으로도 이어진다. 전 세계 간암의 절반 가까이가 B형 간염이 원인인데, 국내 간암의 70~80% 역시 이 때문이다. 우리 국민의 3~4%가 B형 간염에 걸려 있고, C형 간염도 1% 정도가 감염자로 추정된다. 비감염자보다 간암에 걸릴 위험이 17배 이상 높다.
음주도 간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연구에 따르면 습관적으로 음주를 오래 한 사람은 비음주자보다 간암 발생 위험이 2.6배 늘어난다. BㆍC형 간염 등 기저(基底)질환을 가진 사람이 술을 많이 마시면 간암이 훨씬 더 많이 생긴다. 알코올성 간경화로 가족에게 간을 이식 받고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되자 다시 술을 마셔 간암이 재발한 사람을 본 적이 있어 매우 안타까웠다.
최근에는 비만, 당뇨병이 간암과 관련이 깊다는 사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비만인의 간암 발생 위험이 정상 체중을 가진 사람과 비교했을 때 1.9배 늘고, 당뇨병을 앓으면 간암 위험이 3.7배까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여기에 만성 피로, 각종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면 상태는 더욱 악화하기 마련이다.
-간암은 초기에 어떤 증상이 생기나.
▲간암을 처음 진단 받는 환자가 흔히 호소하는 증상은 상복부 불쾌감이나 통증이다. 간암 초기에는 명치 끝이 아프거나 오른쪽 갈비뼈 아래의 윗배에 덩어리가 만져질 수도 있다. 다만 전체 환자의 3분의 1 이상에서는 별다른 증세가 없다. 이는 손상을 대비해 예비기능을 비축하는 간 특성상 기능이 상당히 저하돼도 별다른 증상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이다. 이밖에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는 전신 쇠약감, 식욕 저하, 복부 팽만감이나 복수(腹水), 위장 출혈 등이 있다.
나이와 관계없이 평소 간경변 등을 앓고 있는 환자가 별 이유 없이 몸무게가 줄거나 황달이 심해지면 간암을 의심해야 한다. 기존에 앓고 있는 질환에 의한 증상과 혼동될 수 있으므로 6개월마다 복부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 혈액검사를 받아 혹시 모를 간암을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간학회 권고안에 따르면 40세 이상이면서 B형이나 C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라도 정기 검진을 하는 게 좋다.
-간암 진행 시기에 따른 치료법은.
▲간암 초기에는 완치를 목표로 수술이나 국소치료법을 시행한다. 중기 또는 진행 중인 간암은 수술하기 어렵다. 이때는 간암세포에 영양분과 산소 공급을 막는 경동맥화학색전술이나 항암요법을 한다. 말기라면 치료로 생명 연장을 기대하기 어려워 증상 완화를 위한 치료를 진행한다. 치료를 결정할 때는 무엇보다 암세포 크기나 진행 정도에 따른 병기(病期)뿐만 아니라 치료 후 남은 간기능을 고려하기에,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환자 상태를 살펴 치료법을 택한다. 간암을 겪은 환자라면 치료 후 정기 검사와 추적관찰을 받아야 한다.
-간이식으로도 간암을 치료한다는데.
▲암세포가 있는 간 부위를 잘라내는 간절제술 외에 간이식도 좋은 치료법이 될 수 있다. 남은 간에서 암이 재발할 것을 고려해 절제술 대신 이식하는 것이다. 간이식을 받은 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 이상이며 재발률은 15% 미만으로, 장기적으로 치료효과가 우수하다. 간 외에 전이 소견이 있거나 간이식을 견디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심폐질환 및 전신 감염 증상이 있을 때를 빼고는 간이식을 할 수 있다. 국내 가이드라인은 혈관 침범과 원격전이가 없는 5㎝ 이하이거나 3㎝보다 작은 3개 이하 종양을 가진 간암 환자는 간이식을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평소 간경변증을 심하게 앓던 간암 환자는 간이식이 간경변증과 간암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이상적인 치료법이기도 하다.
-간 건강을 위해 평소 해야 할 일은.
▲금주와 금연이 필수다. 또한 특정 음식이나 특효약에 의존하지 않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기본이다. 당질, 비타민, 무기질은 충분히, 단백질과 지방은 적당량만 섭취하도록 노력하며, 각종 민간요법에 의한 생약이나 한약재, 건강식품은 피하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간 해독 능력이 떨어진 만성 간질환 환자는 정상인에게는 무해한 정도의 약물로도 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꼭 필요할 때를 빼고는 약물 사용을 금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감기에 걸리거나 치과 치료 등을 받을 때는 의료진과 상담한 뒤 비교적 독성이 적은 약물을 선택한다. 안정제나 수면제는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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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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