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희의‘클래식 톡톡(Classic Talk Talk)’
사계(四季)라는 단어를 들으면 사람들은 보통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호두까기인형(The Nutcracker), 백조의 호수(Swan Lake), 피아노 협주곡으로 유명한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가 작곡한 12곡의 피아노 소품집의 제목 역시 <사계>다.
1875년 상트 페테르부르크(Saint Petersburg)에 살던 니콜라이 버나드(Nikolay Bernard)가 <누벨리스트 Nouvellist>라는 음악잡지를 발간하면서 부록으로 피아노 독주 신작 악보를 한 곡씩 게재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 <사계>의 발단이다. 차이코프스키는 매월 마감에 쫓기며 이 ‘피아노 월령가(月令歌)’를 쓰게 된다.
차이코프스키의 <사계>에는 독특한 점이 있다. 그는 러시아의 사계절을 직접 화법으로 묘사하지 않고, 12개의 시로 표현된 12개월의 이미지를 음악적으로 형상화한다. <사계>에 인용된 시는 차이코프스키가 아닌 버나드가 선택한 것이다. 대부분의 작품은 간결한 3부 형식(ABA)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풍경이 차이코프스키의 가슴 속에서 시의 심상과 함께 음으로 표현되어 피아노 작품으로 탄생했으니 온전한 차이코프스키만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계> 중 2월에는 마슬리니짜(Масленица)라고 불리는 슬라브 민족 고유의 전통 축제의 모습이 그려졌다. 봄과 겨울의 경계에서 다시 새로운 생명의 계절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카니발’의 흥겨운 모습이 러시아 춤곡 리듬으로 펼쳐진다. 서두의 경쾌하고 강한 억양의 화음, 중간부의 반짝이는 듯한 트레몰로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포르테, 포르테시모의 강한 악상을 사용하였다. D장조의 밝은 조성 안에서 나타나는 레가토와 스타카토의 반복 또한 생기가 넘친다.
2월 ‘사육제’는 표트르 뱌젬스키(Pyotr Vyazemsky, 1792~1878)의 시에 착안해 작곡되었다. 사순절을 앞둔 2월은 유럽 곳곳에서 많은 축제가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카니발을 연상하게 하는 시를 선택했을 것이다. 다음은 악보의 서두에 인용된 뱌젬스키의 시이다.
활기 넘치는 사육제 마지막 날에
머지않아 거대한 축제가 홍수처럼 넘쳐나리라
At the lively Mardi Gras
soon a large feast will overflow.
<
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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