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정책 냉탕·온탕 오락가락, 민간 신뢰잃어 집값 불안정 초래
▶ 분양가 상한제에 심리 다시 꽁꽁, 정책 일관성 있어야 목표 이룰것
![[김동헌 칼럼] 경제정책결정자의 신뢰와 정책효과 [김동헌 칼럼] 경제정책결정자의 신뢰와 정책효과](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19/07/23/201907231748445d1.jpg)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부동산 가격이 다시 꿈틀거리자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하는 강력한 규제정책을 고려하고 있다.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시장에 전달됐고 주택시장의 수요심리는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를 살리려고 강력한 건설경기 부양정책을 시행했고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측면을 상기해볼 때 결국 주택가격의 끊임없는 불안정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일관성이 부족하고 이 때문에 민간의 신뢰성이 결여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매일의 삶에서 장기적으로 계획을 수립했으나 실천 과정에서 눈앞의 이익을 위해 이를 바꿀 때가 있다. 새해 첫날 1년의 계획을 세우면서 시작하지만 그 계획은 상황과 여건에 따라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국 연말에 가서 한 해를 돌아볼 때 원래 계획을 실행하지 못하는 것을 후회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자신에게 좋은 계획이 있어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계획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정책 결정자들도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사한 상황에 직면한다.
예컨대, 정부가 투자 활성화를 위해 투자기업에 법인세 감면을 약속하고 기업은 이를 믿고 투자를 늘렸지만 실제 세수감소를 피하기 위해 법인세 감면을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법인세를 부과하는 경우다.
이런 상황을 기업이 예상한다면 기업은 정부 투자 활성화 정책을 신뢰하지 않아 투자를 늘리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낮은 인플레이션을 추구하는 통화정책을 공표하지만, 실제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긴축 통화정책을 펼칠 경우 실업이 증가하고 생산량을 감소시킬 여지가 많아 오히려 더 확장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유혹을 받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민간 부문이 예상한다면 민간 부문은 임금과 가격에 관한 의사결정에서 중앙은행의 낮은 인플레이션 정책을 반영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이론에서는 정책 결정자의 이와 같은 상황을 재량적 정책의 동태적 비일관성이라고 한다. 즉, 정책 수립 시점에서는 최적의 선택이었으나 이를 시행하는 시점에서는 최적이 아니게 되고 정책 결정자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시행하지 못해 민간 부문의 신뢰를 잃게 된다.
노벨상 수상자인 핀 쉬들란과 에드워드 크리스티안 프레스콧은 1977년에 발표된 논문에서 통화정책 결정자가 최적의 통화정책 계획을 발표했어도 단기에 더 확장적인 재량적 통화정책을 추구하는 유혹을 받게 됨에 따라 정책은 수시로 바뀌게 되고 결과적으로 원하는 정책효과를 달성하기 힘들다고 강조한다.
두 학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책 시행의 준칙을 세우고 그 준칙을 일관성 있게 추진함으로써 정책당국에 대한 경제주체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이 경제정책 결정자의 신뢰성은 정책효과에 매우 중요한데, 이러한 신뢰성은 정책 결정자가 약속한 바를 지속적으로 이행해 약속 이행의 역사를 꾸준히 쌓아갈 때 생성된다.
이런 맥락에서 부동산 정책도 경제여건과 환경에 따라 수시로 바뀌지 않고 부동산이라는 자산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가운데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라는 부동산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민간 부문의 신뢰를 쌓아야 궁극적으로 부동산 정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큰 이슈인 한일 간 갈등의 기저도 양국 정부 간 신뢰의 상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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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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