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할 것 없는 주말 아침 침대에서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다 보면 금방 점심이다. 배는 고파오고 뭘 먹어야 할지 잠시 고민에 빠진다. 볶음밥이나 해먹을까? 냉장고 안에서 있는 반찬 없는 반찬 다 때려 넣고 달달 볶다가 참기름 몇 방울을 떨어뜨리면 그야말로 진수성찬 부럽지 않은 완벽한 한끼 식사가 된다. 귀찮은 마음에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을 당할 줄 알면서도 프라이팬 채로 TV앞에 가져가 앉아 멍 때리며 밥을 입에 쑤셔 넣는다. 참으로 나는 쿨 한 여자가 아닌가?
조금 다른 면에서 이 쿨함을 생각해보자. 집에 예기치 못한 중요한 손님이 왔다. 찬거리가 마땅치 않아 그나마 있는 재료를 탈탈 털어 볶음밥을 만들었다. 당신은 그 손님에게 나는 “쿨한 사람”이라며 프라이팬 째로 대접을 할 것인가? 모르긴 몰라도 찬장 저 구석에서 고이 모셔 놓았던, 나 자신을 위해서는 한번도 사용해 보지 못한 그릇을 꺼내 볶음밥을 담을 것이다. 그 위에 정갈하게 자른 김을 올려 조금 더 있어 보이는 볶음밥을 내어갈 지도 모른다.
한 연예인은 혼자 밥을 먹는데도 꼭 예쁜 그릇에 덜어 먹는데, 이것이 자신을 존중하는 방법이라 했다. 플레이팅은 음식의 맛과 품격을 높여주기 위한 것이지만, 같은 음식이라도 먹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이 소중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매일 먹는 밥이 뭐가 대수라고 이렇게까지 하나, 맛있게만 먹으면 되지. 큰 양푼에 비벼먹는 비빔밥이 나의 행복이라면, 그깟 플레이팅이 뭐 그리 대수인가 생각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음식을 준비하는 순간, 그리고 그 음식을 먹는 순간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그 순간 자신을 아무거나 아무렇게나 먹어도 되는 ‘아무나’로 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사람들은 한 인격체로서 존중받고 싶어한다. 막돼먹은 상사나 재벌의 갑질과 오만방자함이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이유도 그들이 사람을 사람이 아닌 개 돼지 대하듯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범한 우리도 그 피해자가 될 수 있고 혹은 이미 피해자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세상이 사람들이 우리를 존중하고 배려해 주길 바라면서도 정작 스스로 자신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일에는 영 어색하고 불편하다. 나를 위해 예쁜 그릇을 꺼내 그깟 볶음밥을 담아내는 일처럼 말이다.
한 친구가 너무 힘든 하루였다며 한탄을 쏟아 놓으면 제법 위로도 칭찬도 할 줄 아는 나이지만, 정작 자신이 힘들 땐 위로도 칭찬도 너무 짜다. 우린 세상에게 왜 나를 이리 막 대하냐며 억울하다 소리 치지만 사실 나를 가장 막 대하는 것은 우리 자신 일지도 모른다.
세상으로부터 존중받고 사랑받고 싶은가? 그렇다면 나 자신부터 나를 사랑하고 존중해 보자. 헤어팩을 잔뜩 발라 두고 예뻐져라 주문을 외워도 좋고, 조금은 비싸지만 좋아하는 스테이크 고기를 양껏 먹는 것도 좋다. 퇴근길에 좋아하는 꽃 한다발을 자신에게 선물해도 좋고, 가만히 거울앞에 앉아 ‘너무 힘들었겠다, 너 잘하고 있어’라며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는 것도 좋다.
사랑받고 존중받고 싶다면, 남들이 나를 그렇게 대해주길 마냥 기다리기보다 나 자신부터 나에게 충분한 존중과 사랑을 베풀어보자. 스스로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면 세상도 당신을 함부로 막대하지 못할 것이다. 작은 행동하나하나를 통해 당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인지 확인하고 기억하는 하루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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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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