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접어든 요즈음은 날씨가 90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상기온인지 햇볕이 너무나 따가워서 눈을 뜨기도 힘이 든다. 이런 때면 어린시절에 할머님이 들려주시던 말씀이 기억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이처럼 더운 날에 학교갔다 오면 마루에 앉으셔서 바느질하시던 할머니를 보면서 “할머니! 학교다녀왔읍니다. 그런데 오늘은 왜 이다지도 덥지요? 하고 물어보면 할머니 말씀이 ‘여름이니 덥지, 춥겠냐?‘ 하시던 그 한마디의 냉냉한 말씀이 나를 섭섭하게 만드셨다. 돌아서서 내방을 들어갈때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무슨 할머니가 그렇게도 차가우실까? 어머니가 없는 나에게 좀 더 따뜻하게 대해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듯 종알거리며 할머니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오빠들과 남동생들 틈에 끼어 살아가는 나에게 어머니가 안 계시니 할머니라도 좀 따뜻하게 나를 감싸주시면 이렇듯 외롭지는 않을텐데... 다른 친구들의 얘기를 들으면 그렇게도 잘 챙겨 주며 사랑을 듬뿍 준다고 하는데 왜 내 할머니는 저리도 냉정하고 찬바람이 불까?
그럴때면 외할머니 생각이 나곤 했다. 엄마와 기차를 타고 멀리 떨어진 외갓집에 갈때면 엄마의 무릎위에 앉아서 즐거워하던 때가 그립곤 했다.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는 너무나도 성품이 달랐다. 외할머니는 나에게 무엇이든 주고 싶으셔서, 벽장속을 뒤지시며 무엇인가 바스락 소리를 내시다 꺼내어 들은 별같이 생긴 별사탕을 입에다 넣어 주시면서 나를 꼬옥 안아주셨다.
그러나 세월탓으로 우리식구가 이북에서 남한으로 도망쳐나온 후로는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세월이 흘러 내가 할머니가 되고 보니 여러가지 생각에 마음이 착찹해진다. 나는 내 친할머니처럼 차가운 할머니는 되지 않겠다고 생각하다가도 내 손녀에게 가르칠 것은 가르쳐야지 하면서 한 가지씩 일러주곤 하였다. 그러면 딸이 옆에 있다가 할머니는 가르치려 고 너무 애쓰지마시고 가르치는 것은 제가 할테니까 엄마는 손녀와 같이 재미있게 놀아 주시면 돼요.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좀 섭섭한 마음도 생겼지만 내가 너무 참견을 했나? 하고 내 자신을 돌아다보면서, 하긴 ‘내딸이 아니라 손녀이지’하면서 내 마음을 스스로 위로했다.
그후로 딸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하고나니 내마음도 편하고 건강하게, 건전하게 잘자라는 내 손녀를 보면서 즐거운 노년을 보내고 있다. 내 딸이 자기 딸을 가르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 모든 교육을 빈틈없이 가르친다.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어떻게 대해야하는지내 딸이지만 고마운 마음이 절로 생긴다.
나의 친할머니가 어머니가 없는 나를 얼마나 걱정을 하셨으면 무엇이든 가르치시려고 나에게 바느질이면 바느질, 또한 여자는 이다음에 결혼을 하면 가정에서 어떤 정신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열심히 가르치셨고 여자는 항상 지혜롭고 참을성을 지녀야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당시는 듣기 싫었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할머니의 말씀이 생각날 때마다 얼마나 귀한 교훈인지 나에게 좋은 명약이 된 듯싶다.
그토록 나에게 쌀쌀하게 대하셨지만 무척 나를 사랑하셨구나 하며 이 나이가 들어서 할머니의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의 할머니는 참으로 지혜로운 여인이셨다.
‘할머니! 감사합니다’ 마음속으로 할머니를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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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자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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