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한인타운을 관통하는 대로인 가든그로브 블러버드를 지날 때마다 ‘코리아타운’이라는 표지석을 보면 가슴이 뿌듯해진다. OC 한인 이민 40여 년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한인타운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코리아타운으로 개명하고 깔끔하게 새 디자인으로 표지석을 단장해 상당히 기분이 좋다.
그동안 전직 상공회의소 회장들의 모임인 ‘상우회’(회장 최광진)를 중심으로 한인사회 올드타이머들의 노력이 없었으면 이 같은 일을 이루어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명실상부하게 가든그로브는 LA에 이어서 남가주에서 코리아타운을 형성하고 있는 두번째 도시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셈이다.
한인 업주들은 ‘코리안 비즈니스 디스트릭’(예전의 타운 명칭)이 아니라 ‘코리아타운’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또 자라나는 한인 2세들에게 자긍심도 심어주었다.
이에 덩달아 올해는 오렌지카운티 한인들의 40년 숙원 사업인 새 한인회관이 타운 한복판에 들어섰다. 이 회관에서는 최근 충청북도 농산물 판매전이 열리는 등 다양한 행사들이 매주 줄을 잇고 있다.
더욱이 한인회관 바로 옆에는 노인회관이 있고 건너편으로는 OC 샌디에고 민주평통, 한인상공회의소, 재향 군인회, 미 시민권자 협회 사무실 등이 자리 잡고 있어 오렌지카운티 한인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LA총영사관의 순회 영사 업무가 열리는 날에는 한인회관 주위에 주차공간을 찾기 힘들 정도로 붐비고 있다. 한인회 측은 새 회관이 들어선 후 순회 영사 업무 서비스를 받기 위해 밀려드는 민원인들이 많아 현재 매주 금요일 한 차례에서 2회로 늘리기를 원하고 있을 정도이다.
새 한인회관은 한인들에게는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한인들은 회관에 비치된 한국 서적도 읽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있다. 회관 안에는 여행사, 변호사 사무실, 공증 서비스를 해주는 업체들도 입주해 있다.
몇 년 전 한인 타운을 떠났던 ‘아리랑 축제’도 올해 되돌아온다. 현재 한인 축제재단은 축제 규모에 대해서 시와 협의 중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축제장도 예전의 그 장소이다. 그동안 부에나팍에서 개최해온 이 축제가 가든그로브로 컴백하는 데 대해 한인들은 상당히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다소 침체해있던 한인 타운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인 축제재단 측은 예산 관계로 퍼레이드 개최 여부는 고려중이지만 이번에는 장터 이외에 대규모 엑스포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 다양한 업체들이 참가해 로컬 업체들과 교류를 모색하면서 한인들에게 각종 물품을 접할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같이 올해 한인회관 건립, 타운 이름 개명과 한인축제의 컴백은 한인 타운의 발전을 위해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인 단체장들이 앞장서서 올해 비약적인 일들을 해냈지만 막상 한인 타운의 안을 들여다보면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베트남 업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으며, 한인 타운으로 방문객들을 끌어들일 만큼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지 않다. 타운으로 와야만 꼭 맛볼 수 있는 유명 식당이나 한국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시설도 없다.
이대로 두면 세월이 지나면서 한인 타운은 이름만 ‘코리아타운’이지 실질적으로 베트남 타운으로 변할 수 있다. 대부분 한인 1세인 단체장들은 그동안 자신들의 역량 안에서 한인 타운 발전을 위해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한인 상공인들이 타운을 개발하고 투자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 여러모로 낙후된 한인 타운의 장래는 썩 밝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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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기 OC지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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