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중 나라의 존립을 가름한 기념일이 이틀이나 겹친 달이 8월이다.
하나는 너무나 생생하여 눈을 감고도 볼 수 있는 8월 15일 광복절이고, 또 다른 날은 가물가물 잊고 살아온 큰 날이지만 신기하게도 빼앗겼다 되찾는 것보다는 아예 빼앗기지 않도록 지켜내는 것이 먼저라는듯이 신기하게도 등을 맞댄 하루 전 8월 14일 한산대첩 기념일이다.
광복절이 국권을 통째로 빼앗기고 서른여섯 해 수탈과 핍박의 종살이 어둠 속에서 드디어 찬란한 희망의 주권회복을 맞이한 날이라면 한산대첩 기념일은 국권을 앗으려고 사나운 발톱과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드는 야수를 한 칼로 베어내듯 427년전 임진왜란을 일으킨 일본 야욕에 사형선고를 내린 이순신 조선수군의 통쾌한 완승 한산도 대첩을 기념하는 날이다.
한산도 대첩의 이해를 돕기위해 그 전과와 역사적 의미를 간단히 짚어 보기로 한다.
1592년 음력 4월 13일 임진왜란을 일으킨 토요토미는 불과 두달만에 육군의 고니시 유키나가(소서행장)이 평양까지, 가토 기요마사(가등청정)이 함경도까지 점령하였지만 일본 수군은 반대로 옥포, 사천, 당포, 당항포 해전에서 연달아 이순신의 조선 수군에 격파 당하여 군수물자 보급 해로인 남해와 서해 항로가 차단당하자 육전에 참전하여 기세를 올리던 와키자카 등 3명의 수군대장에게 함께 연합하여 이순신을 먼저 제거하라는 특명을 내린다.
이 명령에 따라 가장 먼저 준비를 마친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73척 함대와 이순신의 조선 연합함대 58척이 1592년 음력 7월 8일 통영과 한산도 사이의 넓은 바다에서 정면으로 대결한 해전이 한산도 해전이다.
해전 결과 와키자카는 선박 73척 중 59척과 병사 9천명을 잃고 겨우 남은 14척만 이끌고 허겁지겁 김해 방면으로 도망쳤고, 이순신 수군은 선박 손실은 하나도 없이 병사 19명의 인명피해만 입은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다. 이 해전의 결과 자신만만하던 토요토미는 조선 침략의 실패를 예감한 듯 일본 수군에게 ‘앞으로 이순신 수군을 만나거든 싸울 생각을 말고 일본 포대가 설치된 해안가로 피하라’는 피전명령을 내리고 명나라와의 강화회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는 목숨을 바치는 국민의 애국심과 빈틈없이 준비된 국방태세가 국권수호의 정답임을 보여주는 역사적 실증사례로 귀중한 교훈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금년 8월은 속내를 감춘 한일간의 무역분쟁이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가운데 1일부터 3일까지 LA 지역 미주한국학교 총연합회에 이순신 연계교육을 위해 다녀오게 되었는데 이 길에서 만난 애국의 길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이때 워싱턴에서 기증한 두 척의 거북선모형이 그 지역 화두에 올라 기사화되면서 시대상과 맞물려 이순신 교육이 성공적으로 소개되었다. 이 모형은 이순신 미주교육본부가 구매하여 기증한 것이 아니고 작가 채효성 선생이 건강이상을 무릅쓰고 제작하여 기탁하신 자기 희생적 선물이었다.
학술대회장에서 만난 박흥률(Joe Pak)이라는 섀런 실바 주의원 보좌관은 한쪽 손을 쓰지 못하시는 불편한 몸인데도 정렬적으로 ‘한글의 날’ 제정을 위해 맹활약을 하고 계셔서 마음을 숙연케 했다. 이번 LA 행에서 필자는 신세대 이사장과 본부장의 뒷바라지로 따라 다녔는데 일을 얼마나 조직적이고 능률적으로 잘 해 나가는지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8월을 맞아 이들 기념일을 바로 세우는 길은 거창한 기념식이 아니라 이처럼 작은 애국자로 행동하는 시민이 되거나 차세대들에게 과감한 세대교체를 해 주어 조직이나 단체가 시대에 맞는 발전을 하도록 협조하는 것이 기성세대의 바른 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특히 워싱턴의 많은 단체장들은 세대교체에 저항하여 아직도 1세대 주도로 추태와 말썽을 빚고 있는데 이 날을 기하여 새로운 기풍이 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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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원 이순신 숭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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