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0조 넘은 한국 부채
▶ 채무비율 16%P↑… 독등 웃돌아
▶ “투자 중심으로 재정구조 전환을”
▶ 신평사 “부채 증가속도 리스크”
한국 재정의 가장 큰 문제는 나랏빚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 임기 내내 확장재정을 펼치다가 다음번 코로나나 이란 전쟁과 같은 위기 때에는 국고가 비어 비상 대책을 펼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6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25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2024년 말 1,175조원에서 2025년 말 1,304조5,000억원으로 늘어 증가율 약 11.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36조2,186억 달러에서 38조5,140억달러로 증가해 6.34%, 일본은 13,17조6365억엔에서 1,342조1,720억엔으로 늘어 1.86% 증가에 그쳤다. 대만 역시 예산 기준 1%대 증가에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국 대비 증가 속도 격차가 뚜렷하게 벌어졌다.
캐나다·호주 등 비기축통화국과 비교해도 증가 속도가 가파른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이후 2025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16%포인트 상승했다. 독일(7%포인트)과 이탈리아(4%포인트)는 물론 프랑스(14%포인트)보다 증가 폭이 크다.
전문가들은 GDP 상승 속도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더 빠른 구조가 고착될 경우 국가신용등급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한국은 최근 세수 증가가 반도체 경기와 증시 호황에 따른 법인세·자본이득세 확대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경기 둔화 시 재정 여건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해 시장에 공급되는 유동성이 국채 상환 규모를 크게 웃돌면서 재정 확장이 물가·금리·환율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성장 역시 반도체 등 일부 산업 호황에 따른 영향이 커 구조적인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며 “재정준칙 도입과 함께 소비성 지출을 줄이고 생산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투자 중심으로 재정 구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IMF는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일반 정부 부채(D2) 기준 2027년 53.8%, 2028년 56.2%, 2029년 58.0%까지 상승하고 2030년에는 6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준칙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60%에 4년 내 도달하는 경로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고령화·저출산으로 성장률은 낮아지는 반면 복지 지출은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세입 기반이 경기와 인구구조에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의무지출 증가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워 재정 부담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현재는 선진국 평균 대비 부채 규모가 낮은 수준이지만 이 같은 증가 속도가 지속될 경우 약 5년 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빠르게 늘어나는 국가채무는 대외 신인도가 중요한 우리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사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각각 Aa2·AA·AA-로 유지하고 있으며 등급 전망도 모두 ‘안정적’이다.
다만 신용평가사들은 공통적으로 부채 증가 속도를 핵심 리스크로 지목하고 있다. 무디스는 재정 정책이 확장적으로 운용되며 부채비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피치는 구조 개혁이나 생산성 개선 없이 정부부채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신용등급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P 역시 재정 여력은 아직 양호하다고 보면서도 공기업 등 정부 관련 기관 부채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단순한 위기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빠르게 상승했음에도 신용등급은 오히려 올랐었다”며 부채 증가만으로 등급 하락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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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이정훈·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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