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청명한 어느 봄날에 대사님과의 첫 만남.
한국학교 교장으로 몇 년을 근무하였지만 대사님과 직접 만날 일이 없었던 터라 많이 긴장 했었습니다. 대사님으로 부임하시고 교육에 관심이 있으신 지라 우리 한국학교인 워싱턴통합한국학교 버지니아 캠퍼스를 방문하신다는 전갈을 받고 마음에 많은 기대와 한 편은 약간의 부담도 있었습니다. 우선 50여년을 바라보는 전통의 오래된 한국학교이지만 ‘우리의 학교’가 없이 공립학교를 빌려 운영되는지라 학생들의 작품이나 교실을 꾸미는 일이 불가능하여 방문하시면서 불편을 드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앞섰습니다.
방문하시자 바로 학생들의 수업과 교실을 일일이 다 보시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시고 그렇게 하루가 바쁘게 지났습니다.
학생 중에 하나가 팔이 부러져서 글을 쓸 수 없는 상태로 한글 수업을 받는 것을 보시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격려를 하시던 분. 학생들이 행여나 한국어 수업을 게을리할까 봐 할아버지 마음으로 덕담을 나누어 주시던 분. 수업을 받으면서 써 놓은 글을 보시고 학생들이 함박 웃음을 짓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분.
지금 생각하면 대사님의 첫인상이 푸근한 친정 아버지 같으셔서 예의는 잘 지켰는지 모르겠습니다.
대사님으로 교육자로 세세히 학교 교육에 대하여 질문을 하시고 한국어 교육의 힘듦을 격려하시면서 교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셨습니다.
사랑과 격려의 아름다운 향기를 온통 학교와 학생들에게 남기시고 한국으로 돌아가시는 대사님께 저희가 나눌 것이 없어서 참 죄송합니다.
하지만 어디에 계시든 그 사랑의 향기를 기억하고 쑥쑥 자라는 우리의 차세대를 잊지 말아주세요.
하시는 일들이 힘드시고 피곤이 겹치실 때 밝게 웃으면서 인사하던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 주세요.
코리안-아메리칸으로 자라나는 우리의 다음 세대에 빛나는 희망, 정갈한 삶의 목표를 주신 분으로 기억 하겠습니다. 다시 뵐 날을 기약하면서 안녕히 가세요.
<한연성 / 워싱턴통합한국학교 버지니아 캠퍼스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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