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뉴스를 보면 확실한 사실을 말하였는데도 진실로 들리지 않는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이 부적절하다는 강력한 여론에 대하여 임명권자는 “명백한 위법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된다”고 말하였다. 언뜻 듣기에는 지당한 말같이 들린다. 그러나 그 말이 진실일까. 아니다. 확실히 아니다. 아직 “명백한 위법이 확인되지 않았”을 뿐 “의혹들”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 의혹들은 지금 검찰에서 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그 의혹이 불법이 아니라고 증명될 때까지는 임명을 보류하거나 의혹이 없는 사람으로 선택하였어야 했다. 불법자가 아니라는 것만으로 어찌 한 나라의 법무장관으로서의 품격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는가.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서 어슬렁거리는 사람을 법무장관으로 앉히면 법이 서지 못할 것이다. 법질서가 무너지면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질서가 무너진다. 질서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 법무장관직은 도덕성을 지녀야 하는 직분이므로 우리가 모범으로 삼고 따를 수 있는 사람이여야 한다. 사실이 진실을 밝혀주지 못하고 진실을 덮어버리는 것이라면 이는 거짓이요 사기라고 볼 수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조국의 자택 압수작업에 대하여 “여성 두분만 계신데 많은 남성이 11시간 동안 뒤지고 식사한 것은 과했다”고 말했다. 혹 그 말이 모두 사실이었다 하더라도 진실을 말하고 있지는 않았다. 11시간이 걸린 것은 피의자의 요청에 응해주느라고 걸린 시간이며 식사를 한 것도 끼니 때가 지나 한 것이므로 검찰의 행동이 과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총리는 부분적인 사실만을 말함으로써 피의자들이 피해자인 것처럼 보이고 검찰이 가해자인 것 처럼 보이게 하였다. 사실이 진실을 가리운 경우다.
구약성경에 보면 아브라함과 아비멜렉왕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브라함이 아비멜렉에게 자기 아내 사라를 자기 누이라 하였으므로 아비멜렉 왕이 사라를 데려다 함께 자려고 하였다. 그 밤에 하나님께서 왕의 꿈에 나타나사 “네가 취한 이 여인을 인하여 네가 죽으리라 그가 남의 아내임이니라”하셨다. 왕은 하나님께 “그가 나더러 이는 내 누이라고 하지 아니하였나이까”하면서 사라를 아브라함에게 돌려보냈다.
사라가 아브라함의 누이인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지금은 그가 자기 아내라는 사실이다. 아내라는 더 중요한 사실을 빼어놓고 덜 중요한 관계인 누이라고만 말함으로써 남을 속인 것이다. 아브라함식 거짓말이라 해도 될까.
다시 조국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국회 청문회에서 조 장관은 남편으로서 가장으로서 아내가 응급차를 불러야 할 정도로 몸이 편치 않다 하므로 압수 책임자에게 부드럽게 처리해 달라고 부탁한 것 뿐이라 하였다. 즉 그가 가장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그가 가장 또한 남편이라는 사실보다 법무장관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한 진실이었다. 현장에는 조씨측 변호사들이 있었으므로 자기 아랫 사람인 압수집행 검사에게 직접 말하는 것 보다 변호사들을 통하여 말하였어야 했다. 개혁 적폐청산 기회균등 등을 강조해온 현정부가 개혁 적폐청산 기회균등의 대상이 된다면 그보다 더 아이러니칼 한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현 정부에게 사실이 진실일 때가 오게 해 주기를 기대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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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모 / 건축가,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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