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이 우주의 수 많은 은하계 중에서도 지구라는 행성에 살고 있다.
지구는 남반부와 북반구로 나누어져 있는데 내가 살아온 한국이나 미동북부는 북반구에 속해 있다. 북반구는 사시사철 계절이 뚜렷하고 봄에 대지위에 씨 뿌려서 가을에 농산물을 수확하며 우리들은 그속에서 삶을 영위하고 죽음을 맞이하며 계절마다 변하는 환경과 기온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다. 이제 나는 또 한번의 가을을 맞이 하고 있다.
시장에 가보면 햇고구마가 나와 있다. 삶은 고구마, 속이 샛노란 고구마… 해마다 이때쯤 이걸 먹으면 고구마를 농사 지어준 농부가 고맙고 그것을 실어다준 트럭운전수가 고맙고 진열해서 판매하는 가게주인이 고맙다. 결실의 계절인 이 가을 배, 감, 포도, 대추 등 가을 과일이 풍성하다.
봄부터 가을까지 농사 지은 것을 수확해서 감사 드리고 제사 드리는 명절이 추석이고 추수감사절이다. 어릴때 추석이면 성묘 다녀온 추억은 성인이 되어서도 지워지지 않는다.
이 세상 생명 있는 것은 다 저마다의 역할이 있고 소명이 있나보다. 어느 구석에 숨어 있다가 초가을 저녁이면 귀뚜라미가 우는데 한밤중에 듣는 그 소리는 청아하고 깊어서 가을의 전주곡 임을 알린다. 다람쥐들도 겨울을 나기위해 부지런히 도토리를 모아서 땅에 저장해 둔다.
대지는 봄부터 부지런히 제 역할을 다하다가 가을이 지나 겨울이 오면 동면에 들어간다.
여름내내 새파랗고 물기 머금은 나무 이파리들은 가을이 되면 말라 버리면서 땅으로 떨어지며 켜켜이 쌓이고 다음해를 위해 거름이 된다. 생명의 위대한 희생이며 수명을 다한 생명은 사라져 가고 또 생명들이 태어난다. 가을이 우리에게 주는 아름다운 풍경의 산과 들, 싱그러운 공기와 물, 단풍진 나무들과 낙엽들은 한폭의 그림들이다. 그것을 우리들에게 보여주는 자연에 경이로움과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우리 한국인들은 겨울이 오기전 늦가을에 월동준비를 위한 김장을 한다. 어디 그뿐이랴.
따끈따끈한 가을 햇볕에 채소들을 말리며 말랑이를 만들어 겨울내내 먹는다. 북간도에 사는 조선족 동포들은 이른봄 부터 늦여름까지 산으로 들로 다니며 민들레 및 취나물들을 따다 말려서 그 긴 혹한에 양식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가을은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기간이기도 하다.
이 많은 야생동물들은 긴겨울 무얼 먹고 살아 남을까? 봄이 와서 집 바깥에 나가면 초록색이다 싶은 풀과 나뭇잎은 모조리 다 그들이 먹고 겨울을 나는 것이다. 가을을 노래하는 시와 산문 노래등은 우리들의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고 단비를 뿌려준다.
여고시절부터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들었던 이브 몽땅의 가을 노래는 내 가슴에 긴 여운을 남긴다.
나는 가을이 깊어지면 그 쓸쓸함과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는 사춘기때부터 앓아온 가을병이 있다. 이것을 극복해 보고자 친구를 만나고 등산을 하고 여행도 가 보지만 시시때때로 밀려오는 절망감과 자괴감은 나를 더욱더 외롭게 만든다. 그러면 결국 나만의 조용한 공간에서 책을 읽는다.
책속에서 수많은 사건과 사연들을 만나고 그 주인공들과 함께 같이 아파하고 위로 받고 상처 받은 그들에게 연민의 정을 보내며 시간은 가고 또 흐른다. 어느덧 11월 초순이 오면 명절이 가까이 오므로 나의 책임과 역할이 수반되는 삶의 현장으로, 일상의 생활 속으로 나는 서서히 들어 가리라. 아! 나는 또 한번의 이 찬란한 가을을 보내며 여기 이렇게 서 있나보다.
<
조태자 / 엘리콧시티, MD>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