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란 말만 들어도 돈 냄새가 물씬 난다. 예나 지금이나 금은 부의 상징이며, 인류의 역사에서 금만큼 이 세상을 좌지우지한 일은 없다. 유럽에서는 부잣집의 자녀가 태어나면 입에 은수저를 물고 나왔다고 말한다.
즉 ‘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라고. 그 유래로 천주교에서는 대부가 대자의 세례를 받을 때 은수저를 주는 것으로 시작하였다고 본다. 이런 은수저는 사회 신분과 지위에 특권을 묵시적으로 나타냈다.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자본주의 급성장하면서 언제부터 세간에 나돌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은수저 대신에 금수저란 말이 나돌았다. 은수저도 성에 차지 않는다는 말이다.
돈의 엄청난 무소불위의 힘에 관한 기하급수적인 인식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흙수저란 말이 생기면서 빈부의 격차는 심연보다 더 깊어만 가고 있다. 극과 극이다. 이젠 다이아몬드 수저가 나올까 봐 겁이 난다.
금수저가 등장한 배경에는 금이 은보다는 값어치가 훨씬 높아서 그런 모양이다. 요즈음 금과 은값을 비교하면 금이 거의 100배 가까이 비싸다.
흙수저는 금수저에 명함도 아예 내밀지 못한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돈만이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돈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돼버려서 그렇다. 금수저를 입에 물고 나온 사람은 흙수저를 가지고 나온 사람과는 아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경제력에서 탄탄하다.
만일 흙수저와 금수저가 마라톤 경주를 한다면 금수저는 거의 반환점에서 시작한 것과 비교한다면 모순일까? 금수저를 탓할 일만은 아니다.
누군들 입에 은수저가 아닌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든다.
그렇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태어나고 싶어서 세상에 오는 사람은 없다. 태어나는 사람이 선택할 권리가 전혀 없어서 그렇다. 이렇게 선택의 여지가 없이 세상에 나온 사람은 부모가 누구냐에 따라서 인생은 아주 크게 좌우된다. 우리가 물고기로 돌아가지 않는 한 이 세상에서 사는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살 수는 없다. 아니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인류 역사를 봐도 지금까지 수많은 방법과 제도를 통하여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경험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그나마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겨우 숨을 쉬면서 간신히 연명하고 있다.
언젠가는 모두 금수저를 입에 물고 나올 수 있는 지상낙원이 오기를 간절하게 바랄 뿐이다. 해망쩍은 바람인지는 몰라도 내가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흙수저보다 금수저로 세상에 얼굴을 내밀고 호의호식하면서 돈 걱정 없이 살고 싶다. 흙수저의 고난은 한 번으로 끝냈으면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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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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