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 유래를 따져보자. 한 마을에 10식구가 각각 논 10마지기씩 농사를 지으며 평화스럽게 살았다. 그런데 갑이란 사람은 몹시 부지런하고 몸도 건장하여 열심히 농사를 지어 소출이 좋아 곳간에 먹고 남은 곡식을 쌓아갔다. 반면 을이란 사람은 몸이 허약한 사람으로 병까지 들어 농사짓는 것이 신통하지 않아 가을 추수를 해도 1년치 식량이 부족하여 보릿고개 때에는 옆집에 손을 내밀어야 했다.
이렇게 얼마의 세월이 흐르자 결국은 을이 자기 땅을 갑에게 팔아야 했다. 결국 갑이란 부자가 생기고 을이란 가난한 사람이 생기는 소위 빈부 격차가 탄생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갑이란 부자에 탄생에 축하보다 가난한 을의 탄생을 보며 자기에게도 생길 수 있다는 불안함과 함께 질투라고 할까 소위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반면에 서양의 근대를 살펴보자. 그들은 해외로 나갔다. 그리고 식민지 경영에 끼어들었든지, 무역을 했든지 심지어 노략질, 해적질을 하든지 좌우간 큰돈을 벌어 고향에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저택을 짓는다던지 기타 어떤 일을 시키며 돈을 뿌렸고 때로는 자선도 베풀었다. 그래서 부자는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었지 질투의 대상이 아니었다.
영화 ‘기생충’을 보았다. 여러 면에서 잘된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가 한국인 사회에 미칠 생각을 하다가 현재 한국사회 특히 정치 현황에 뜨거운 감자인 빈부격차 즉 사회 갈등을 오히려 조장하는 것이 아니면 또 하나의 불쏘시개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지만 한국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픈 것 정도가 아니라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나쁜 인간들로 매도하는 마음이 가슴 깊이 응어리져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임꺽정’, ‘장길산’ 소설 등이 우연히 출현된 것이 아니었고 그러한 마음이 한국인들 밑바닥에 연연이 이어져 온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의 뿌리가 오늘날 현 진보 정권은 소위 최저 임금, 52시간 근무, 소득 주도 성장 운운하며 소위 을을 위한 여러 조치를 내리고 있다. 다시 말해서 내 눈에는 재벌 등을 갑이라 정의하며 악으로 보며 그들의 부를 세금이란 명목이었든지 어떤 형태의 명목으로 걷어 들여 을에게 주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 결과는 지금 한국 사회가 경제적으로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침몰하는 것 같다. 왜? 갑을 서양 사람처럼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고 이웃사촌의 땅덩어리를 빼앗은 갑으로 보기 때문에 사회 특히 경제가 침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러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삼성이나 현대는 을의 사람들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셀폰, 전자제품이나 자동자 등을 해외에다 팔아서 돈을 벌어서 한국 사회로 부를 가져오는 갑으로 보아야 한다.
현재는 보수 정권에서 진보의 정권으로 바뀌었다. 영화산업도 상업이기에 보수정권시대에 국제시장 같은 영화에서 오늘날에 기생충 같은 영화의 탄생은 예상될 수 있다. 그리고 기생충의 영화 속에서 을의 주인공이 갇혀진 비밀공간에서 새 세상을 염원하는 독백은 갑의 몰락을 기원하는 대사 같았고 어쩌면 현 정권과 사회에 아부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 마음이 씁쓸하다.
어찌 되었던지 안타깝지만 갑을 죄악시 하는 것이 현재 사회의 흐름이다. 그리고 영화산업은 결국 돈 버는 것이 목적이기에 그러한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일 것이다.
그러나 옛날의 이웃사촌의 갑에 대해서 흘겨보는 것은 결코 한국의 앞날에 도움이 아니라 침몰로 간다는 괴로운 현실을 모두가 인식하였으면 생각이다. 나는 영화 기생충을 보면서 염려스러운 눈으로 보았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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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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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내가 보기엔 이 글 쓴 사람이 오히려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영화가 정권에 아부하려 한다는 역겨운 편견까지... 최저 임금제나 52시간 제도는 말 그대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한 제도이지 갑을 나쁘게 보자는 제도는 아니다. 아마 글쓴이는 좀 가진 자라서 없는 자의 사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가 보다. 미주 한국일보 오피니언 기고자 중에 진보적인 인사 찾기가 왜 그리 어려운지... 치우쳐도 너무 치우쳤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