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표야섭(循表夜涉)은 지혜롭지 못한 장군이 밤에 도강작전을 하려고 낮에 척후병을 시켜 강물이 얕은 곳에 표식하게 하고, 밤중에 그 표식을 따라 도강을 하다가 수장을 했다는 어리석음을 비유한 말이다.
11월 23일이 2010년 북한 김정은이 170여 발로 연평도를 포격하여 민간인 2명과 해병대 병사 2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160여 명의 희생자와 많은 가옥과 재물을 불바다로 만든 지 9주기를 맞은 날이었다. 이 날을 상기하며 호국영웅의 넋을 기리기 위해 해병대 주최로 조촐하게 위령제를 행하는데 올해도 역시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 문재인 정부는 행사는커녕 위령제에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주적에서 삭제하고 9.19군사협정으로 GP를 허물고 김정은의 눈치를 보며 비위를 맞추기에 앙달하는 문재인 정부가 느닷없이 11월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접경 지역인 창린도 방어부대를 방문해 해안포 사격을 지시한 것에 대해 “9.19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다. 유감스럽다”고 발표하면서 가관인 것은, 북한이 지난 해 9월 남북군사당국이 합의하고 충실히 이행해온 9.19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을 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말이다. 9.19군사합의 후에도 얼마나 많은 도발을 감행해 왔는데 충실히 이행이라니. 더 가증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이 연평도 포격사건 9주년 기념행사를 11월 23일에 창린도에서 기세등등하게 전쟁준비를 하라며 포격지시를 직접 행했는데도 이를 국민에게 알리지도 않고 덮으려 했다가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이 김정은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 방어대를 시찰했다고 14일 보도한 뒤인 15일에야 마지못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발표했다.
어떻게 하든지 김정은의 비위를 맞추며 오징어 어선 탈북자 두 사람도 눈을 감기우고 포박하여 판문점을 통해서 돌려보내 줘도,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부산에서 개최하는 아시안정상화담에 참석해 줄 것을 명줄 잡듯이 있는 정성을 다해서 애원했건만 헌 짚신을 벗어던지듯 가련하게 채인 신세가 됐다.
김정은이 군사합의를 위반했다는 말을 처음 하는 문 정부가 겨우 한다는 말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게 전부이다. 다시 9.19군사합의를 위반할 때는 어떤 단호한 조치로 보복하겠다는 정연한 결의가 없다. 이 또한 김정은의 심기를 거스를까 눈치 보는 걸까.
정말 국민은 국방을 믿지 못한다. 그뿐인가, 국내 사정은 어떤가. 죽창을 들고 일본을 쳐들어가겠다며 일본 불매운동을 부추기며 지소미아(GSOMIA) 종료만이 일본을 굴복시키는 일이라며 한미동맹마저 위태롭게 몰고 오다가 결국 더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지소미아를 연장했다. 문 정부는 대한민국이 나라다운 나라이고 소망이 있고 행복한 나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외쳐대지만, 정말로 정치, 외교, 안보, 교육, 경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망국의 나라로 올인 하는 게 아닌지 주먹 쥔 손에 땀이 괴인다.
<이경주 / 일맥서숙 숙사 애난데일,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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