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첩보 수집·편집과정 하명수사 불거져
▶ 한국당 ‘3종 친문 게이트’ 규정 고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성역 없는 엄정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첩보 문건을 경찰에 전달한 것이 '하명 수사'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당시 현직 시장이었던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의혹 첩보를 처음 제보한 인사는 선거 라이벌이었던 송철호 울산시장의 선거 캠프에서 활약했던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 4일 밝혀졌다. 송 부시장은 울산시 건설교통국장을 지내다 김 전 시장 재임 당시 퇴임한 뒤 2017년 하반기에 송철호 후보 캠프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당시 현직 시장이었던 김 전 시장의 정적인 송 후보의 측근으로부터 받은 제보를 경찰에 넘긴 것은 선거 개입이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송 부시장은 청와대 측의 요청에 따라 첩보를 제공했다고 밝혀 의도적인 첩보 수집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송 부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에서 여러 가지 동향들을 요구했기 때문에 파악해서 알려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최근 국회 답변에서 “김 전 시장은 청와대의 조사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첩보를) 그대로 이첩했다”면서 사찰 의혹을 부인한 것과 다른 언급이다. 청와대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감찰 대상이 아닌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해 첩보 수집을 했다면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9조에 위배된다.
또 “첩보를 단순히 이첩했다”는 청와대의 당초 해명과 달리 청와대 행정관이 사실상 첩보를 편집·가공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행정관이 공직자 출신으로 2017년 10월 김 전 시장 비리 제보를 SNS를 통해 받았고, 윗분들이 보기 좋게 문건으로 정리해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해당 문건은 단순히 제보가 정리된 게 아니라 ‘범죄 첩보’ 형식으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 대상이 아닌 인사에 대한 첩보 편집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심각한 문제는 첩보를 제공한 전직 공직자가 나중에 요직인 부시장으로 발탁돼 ‘대가성’ 논란이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의혹이 확산되는데도 청와대와 여당은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검찰을 압박·비난하고 있다. 특히 검찰이 4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6시간 동안 청와대를 압수수색하자 여당은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찰을 겨냥해 “절대로 그냥 두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시절엔 “내 소원은 송철호 후보 당선”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서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한 대통령의 역할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당시에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 수사를 당부했다. 또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지시한 적이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 개입 의혹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며 “문 대통령이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려면 선거 개입 및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해 침묵하지 말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철호 후보의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정권 차원에서 선거 공작을 저지른 증거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및 유재수 전 부산 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 등을 ‘3종 친문 게이트’로 규정했다. 한국당은 이들 의혹에 연루된 10명(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광철 민정비서관, 송 시장, 송 부시장, 오거돈 부산시장,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 김병기 경찰청 대테러대응과장)을 이날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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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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